아빠의 외투 2

인아와 성훈 이야기

by 리아

꼭두새벽에 붕어빵을 파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24시 편의점을 찾았고 마침 장례식장 내에 편의점이 있었다. 시중에 파는 붕어빵을 원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임시방편이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밤을 새워 과제를 함께 한 사이여 서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꽉 막힌 나의 인간관계가 시원하게 뚫릴 줄 알았던 내가 좌절했을 때, 구렁텅이 같았던 그곳에서 나를 꺼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장례식장 내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붕어빵 모양의 과자를 팔지 않았다. 나는 급한 마음에 휴대폰으로 주변 편의점을 검색했다. 300미터 부근에 편의점 하나가 있었다. 이 추운 겨울에 선배에게 뜨끈한 붕어빵을 안겨 주지는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가 먹고 싶어 하는 그 비슷한 것을 사다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대단하다, 이 시간에."

내 손에 들린 붕어빵 모양의 과자를 본 선배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말했다.

"아무리 찾아도 이 시간에, 진짜 붕어빵을 굽는 곳은 찾을 수가 없어서."

‘고작’ 붕어빵 모양의 과자를 사 온 내가 무안할 만큼 좋아해 주는 선배 덕에 나는 어딘지 모르게 더 미안해졌다. 다행히 빈소 주방에 전자레인지가 있었고 나는 며칠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그를 위해 서둘러 붕어빵 과자를 데웠다. 그 맛은 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보다는 백 번 낫겠다 싶은 생각이었다. 육개장을 주문할 때 턱없이 부족할까 봐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꽤 많은 양의 시뻘건 국물이 아직도 솥에 한가득이었다. 먹지 못하는 그를 두고 혼자 식사를 챙기기 미안했던 나는 이제야 겨우 한시름 놓고 수저를 들 수 있게 되었다.

"나 때문에 이제 먹는 거야?"

"무슨, 나도 이제야 막 배고파지기 시작한걸요."

이미 상주라는 짐을 어깨에 지고 있는 사람에게 도와주러 온 손의 무게를 더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쿨하게 말을 내뱉고는 국그릇 가득 육개장을 퍼서 담았다. 육개장을 썩 좋아하지 않아 다른 상갓집에 가면 먹지 않은 채 조문만 하고 오던 나였다. 애꿎은 꿀떡만 집어먹던 내가 육개장을 먹다니. 이것은 장례식장 특유의 불문율이라서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저 빨간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몸속으로 들어가 마치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도는 붉은 피처럼, 나를 살게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래야만 내게 붙은 다른 잡귀들이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나를 해하지 않을 것 같은 슬픈 기분이 들어서였다.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잡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와 그리고 더불어 내 앞에서 퍽퍽한 붕어빵 과자를 씹어먹고 있는 저 상주는 살아 있으므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우습지? 고작 붕어빵이라니 말이야."

우습긴. 나는 아마 떡볶이였을 거예요.
이리 말하고 나니 물론 지금 떡볶이가 간절하기도 하고.

사실이었다. 떡볶이라면 붉은색을 띠므로 집안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을 일도 없고, 그 어느 순간에라도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어냐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떡볶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을 좋아했다. 혹자는 대한민국 여성의 대부분은 떡볶이를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하겠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대한민국 여성의 대부분에 속하는 나 역시 단연 떡볶이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는 것이 말이다.

"알지, 너랑 학식에서 먹던 떡볶이가 물릴 정도였으니까. 나는."

선배는 아주 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주의 모습을 한 그가 웃고 있으니 어딘지 소름이 돋았다. 공포와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본 탓이었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 미소를 짓는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어느 살인자의 모습. 하필 오버랩되는 모습이 그런 잔혹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니 아마 이틀 밤을 새우고 있는 나의 정신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 장례식인데, 선배, 웃은 거 아니지?"

은근히 정색하며 물었다. 살인자의 형상이 자꾸만 그의 몸을 잡아먹으려는 것 같아 정신 차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어느새 붕어빵 과자를 다 먹어가고 있었다. 이토록 끊임없이 집어 먹을 줄 알았더라면 한 박스를 더 사 올 걸 그랬다 싶었다.

"정말 좋아하네. 몰랐어요, 여태."

"사실 싫어해. 아니, 싫어했지."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배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붕어빵 과자를 입에 욱여넣고 있었다. 저러다가 먹은 모든 것을 게워내는 것이 아닐까. 발인이 끝나고 난 후 그의 상태가 문득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지상에서의 모든 소멸의 과정이 끝나면 한동안 그를 찾아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내가 당신에게 무얼 해 드렸나, 하루 웬 종일 생각을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더라. 사망 선고 당시 알다시피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었어. 그 와중에 엄마는 연락을 할 수도 없지, 동생이란 놈은 알면 뭣해. 들어오지 않을 거 너무나 뻔히 아는데. 병원에 있던 당신 물건도 간호사 선생님이 겨우 정리해서 주셨어. 한 박스도 채 되지 않더라. 병원에 들어올 때 입고 온 아주 낡은 양복 한 벌. 그것만 내 눈에 들어왔어. 나는 취직하고 매일같이 새것 같은 와이셔츠에 잘 빠진 정장을 입었는데, 아버진 오로지 그거 하나뿐이더라."

문득 선배의 아버지를 봤던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셨는데 항상 잘 다려진 와이셔츠에 쥐색이 도는 양복바지를 입고 계셨다. 그렇다고 많이 뵌 것도 아니었다. 그전에 무슨 일을 하셨다고는 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세탁소 주인으로서의 그 모습만이 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서였을 것이다.

"생전에도 그러시더니, 가실 때도 그러셨구나."

"기억하는구나, 고맙게도."

"고맙긴, 그래도 내가 가면 좋아해 주셨잖아요. 꼭 시집간 딸이 온 것 같다면서. 그땐 진짜 어이가 없었지. 갓 스물 넘은 여대생한테 그게 무슨 말 이래."

돌아가신 양반을 기억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라고 배웠지만, 지금 선배와 나 사이에서 할 이야기는 오로지 그의 아버지 이야기뿐이었다. 비록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영정사진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어렴풋이 떠오르던 얼굴이었지만, 선배의 아버지는 나를 꽤나 예뻐해 주셨다. 선배에게 들은 당신에 대한 나쁜 말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만큼이나 말이다. 술을 드시지 않으면 괜찮은 양반이었던 것이다. 늘 뉴스에 나오는 술의 악영향을 접하면서 ‘그놈의 술’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가까운 곳에 술 때문에 악마가 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악마가 된 선배의 아버지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나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내가 그런 모습의 그의 아버지를 만났더라면 아마 나는 더 이상 선배의 얼굴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화가 난 선배와 많이 다치고 아픈 선배만 보았다. 정말이지 귀신인지 사람인지 몰라 나 역시 사시나무 떨 듯 떨었던 몇 년 전의 그 순간은 잊을 수가 없었다. 과제를 위해 혼자 과방에 틀어 박혀 있던 어느 날, 온몸이 땀인지 눈물인지 혹은 비인지 모르게 범벅이 되어 귀신처럼 과방으로 쳐 들어오던 선배의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무늬를 알아볼 수 없는 자전거 헬멧이 처량하게 들려 있었다. 그런 선배를 보고 내가 했던 말은 고작, 이 새벽에 웬일이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배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칠 방법만을 궁리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열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길 없이 자라온 아이가 성인이 되고 가장 먼저 하려는 일이 오죽하면 혼자 살 집을 구하는 일이었을까. 내가 그를 알지 못했던 그의 열셋이라는 나이에 그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었다. 아니, 어른이어야만 했다. 그것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그 허름한 양복을 말없이 매만지는데, 내 손에 잡힌 게 겨우 뭔지 아니?"

나는 대답 대신 방석을 끌어 조금 더 그의 앞으로 갔다.

이천 원.

그는 천천히 상복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 있던 천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내 돈으로 사 먹어 봐야지 싶었어. 그러니까 받아."

아버지에 대한 그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허우적대는 나의 손에 쥐어진 것은 정말이지 ‘고작’ 이천 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아빠의 외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