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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Dec 02. 2018

냄새

언제부턴가 냄새로 순간을 기억했다.
또한 사람을 떠올리기도 했다.
너무 좋아했지만 너무 아팠기에 더이상 그 냄새를 맡지 않으려 한 적도 있으며,
애써 다른 향에 중독되기 위해 헛된 노력을 한 적도 있었다.
냄새라는 말이 향보다 좋은 이유는,
어딘지 조금 더 사람다운 기분이 들어서다.


물비린내를 느낄 수 없던 어느 뜨거운 여름,
유독 조말론의 어느 향수 냄새가 짙었다.
그 냄새는 어떤 사람이었고 작은 도시였으며 곧 사랑이 되어 다가왔다.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어 무수히 많은 고갯짓으로 돌아보고 또 돌아볼 것만 같다.
그 냄새가 밴 선물은 곧 그 순간의 선물이었다.


향수를 쓰지 않은 내가 처음 내 손으로 향수를 샀다.
달았다.
과일 같았다.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그녀는 참으로 말랑하고 단 사람이라고,
그래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길 바라서였을까.

앞으로 내게는 오래 머물 냄새이길.
손목 언저리에 고이 심어놓은 소원까지도 물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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