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자와 여행하지 않는 자

부담 갖지 말아요, 여행 뭐 별 거 있겠어요.

by 리아

나의 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여행을 좋아해서 어떻게든 여행을 다니려고 하는 사람들과 언제나 말 뿐인 사람들. 놀라운 사실은 여행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유유상종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보다. 말 뿐인 사람들은 온갖 핑계를 대며 자신이 여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물론, 그들의 이유는 언제나 합당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이해할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 역시 많은 이유 때문에 여행하지 못하던 때가 분명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유였다. 돈이 없어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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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끌고 무작정 나서는 것 마저도 여행. 차가 없다고? 그래서 못 간다기엔 공유경제까지도 너무나 발전한 요즘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을 너무나도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훌쩍 떠나지 못한다는 것. 거창한 여행 같은 건 없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삶에 지장이 있을 만큼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꽤나 멍청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신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자신만의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이라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대부분 설렌다.

같은 영어권임에도 부르는 말이 다른 지하철. 내가 알던 SUBWAY는 없다. UNDERGROUND 란다, 여기는.

두렵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므로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여행도 그렇다. 처음이라 설레지만 또 처음이라서 두려운 것 투성이다. 나도 그러했다. 처음 장시간의 비행을 하고 낯선 땅에 홀로 떨어졌을 때, 비상용으로 가져간 아빠의 신용카드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는 사실에 머리를 쥐어뜯을 때, 그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얼어있을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가도, 그랬기에 그때의 사소한 떨림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모든 처음을 갱신하며 보낸 열흘. 해보니 과연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나를 더 단단하고 모험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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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고 싶었던 서점을 찾겠다며 한참을 방황하던 날. 그 서점의 이름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수없이 물었기 때문이겠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과 취준생의 사이에서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몰랐던 나는 오로지 내가 보고 싶다는 친구를 만나러 갔고 결국 그렇게 시작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여행을 계획했고 아무렇지 않게 후드를 뒤집어쓴 채 비를 맞으며 걸어도 마냥 웃음이 나던 여행이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내 형편이 좋았다거나 혹은 나빴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잘못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사람은 오직 나 자신밖에 없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당연한 진리가 아닐까.

세상에 좋은 여행과 나쁜 여행은 없다.
다만 언제나 여행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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