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행의 이유

나를 가장 잘 알기 위한 길의 연속, 그리고 누군가.

by 리아

마음이 답답할 때, 머리가 어지러울 때, 내 안에 환기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 표를 끊고 채비를 하는 것마저 귀찮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련의 준비 과정 또한 여행의 설렘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이 모든 여행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목적지는 어디로 정했는가, 티켓팅은 어떤 방식으로 했는가, 짐을 싸면서 어떤 것을 취하고 또 어떤 것을 버렸는가, 잠을 자고 지낼 곳은 어디인가, 어떤 경로로 여행을 하는가, 여행을 하면서 듣는 노래는 무엇인가,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술을 마시는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가게 된다. 나를 가장 잘 알기 위해서는 이처럼 여행을 떠나보면 된다. 일상과는 다르다. 우리는 하기 싫은 일마저도 꿋꿋이 해야만 하는 일상을 살고, 욕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때론) 참아가며 다른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매일 아침 똑같이 일어나 똑같은 모습으로 모든 싫은 것들을 견디며 그렇게 나를 감추면서 살고 있다. 여행은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싫다면 커튼을 쳐 버리면 그만이고,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시는 밤을 보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비로소 진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뷰파인더 속에서 나는 참, 잘 웃는 사람이었다. 일상과는 다른 모습. 어쩌면 이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나로부터 시작된 여행이 결국 오로지 내가 되어 끝날 것인지, 혹은 그 끝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가, 아니 사랑하는가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물론 그 여행에는 그 사람이 없어야만 한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고 또 여럿이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단 하나, 그 사람만은 그 여행에 함께 있으면 안 된다. 온갖 것을 듣고 보고 맛보고 느끼는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 당신이었으면 당신이라면 당신이기를, 이 말을 입 안에 머금은 채로 여행의 하루하루를 보내는가. 온 정신을 새로이 발 디딘 그곳에 쏟아붓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그 사람이 떠오르는가. 그래서 결국 여행이 끝난 후에는, 사랑과 사랑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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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가장 처음에는 늘 내가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에도 오늘 나는 어땠는가, 묻곤 하는데. 내가 있어야 당신도 있겠다 싶은 생각 뿐.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이유를 찾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허상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가장 '나다운 내가' 존재한다. 사랑의 주체 또한 내가 되어있다. 자꾸만 떠오르는 누군가가 밥을 먹고 타지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어색한 잠자리에 드는 매 순간마다 나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바로 '내가' 그 어떤 이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여행지에서 깨달았다. 지금 이 여행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앞으로 있을 인생과 사랑의 주인공 역시 언제나 나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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