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

부러워말고 우리도 사랑하며 살자. 그게 무엇이든, 그대라면 더 좋고.

by 리아

지도 없이 정처 없이 걷다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골목 안쪽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 잔만 마시겠다고 하니 바깥 자리를 내어주었다. 생각보다 싼 커피가 나왔고 이 날씨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어 물과 얼음을 부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카페 외부에 설치한 선풍기가 우리의 열을 식혀주었다. 슬쩍 안쪽을 살피니 며칠 전 와인을 사려고 굳이 검색해서까지 찾아간 와인샵 겸 레스토랑이었다. 머리가 조금 벗겨진 주인아저씨를 다시 보니, 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 복잡한 샵 거리의 코너에 자리하고 있던 앞문의 배경과 다르게 뒷문의 공간은 매우 한적한 현지인들의 골목이었다. 몇 평 되지 않는 이 작은 카페의 양면을 보니 작은 세상을 보고 온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앉은자리 맞은편으로 현지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걸어왔다. 그녀는 불과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멈추더니 주섬주섬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나와 커피를 마시던 한 친구는 문 안으로 들어간 그녀를 오래 보더니 이내 그런 그녀가 부럽다는 말을 꺼냈다.


이런 곳에 이런 집에 살다니 부럽다.


이런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상상을 해봤다. 혼자여도 좋겠고 둘이라면 더 좋겠지만, 나밖에 모르는 멍뭉이 한 마리도 그 땐 꼭 함께하자.

나에게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부러운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어 표현한 그가 재밌었다. 거짓말 같은 것은 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만 같았다. 나는 문득 왜 이 나라 사람들은 디지털 도어록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소심하게 혼잣말인 양 중얼거렸다. 이곳이 꼭 10년 만이라는 그는,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느리고 여유로운 탓이겠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 하나를 열어도 느긋하게 말이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의 집은 몇 층이었을까. 땅콩집처럼 기다란 건물은 삼층까지였는데, 그녀는 과연 몇 층에 사는 여자일까. 그녀가 사는 집, 아래 혹은 위층에는 내가 살고 싶었다.


그녀의 옆 옆 집은 두 남녀가 개를 데리고 사는 것 같았다. 커피가 나오고 그 커피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릴 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 신이 난 개 한 마리가 그들을 쫓아 들어갔다가 냉큼 나왔다. 부부처럼 보였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와 품 안에 든 종이봉투를 보니 장을 보고 오는 길인가 보다. 그들은 서로 얼마나 사랑했으면, 산책이 하고 싶어 팔짝팔짝 뛰는 개를 데리고 숨도 돌리지 않은 채 다시 나갈까. 이 더위에 말이다.



낯선 여행자가 너희들이 예쁘다는데? / 고생 많았다. 우리 함께 조금만 더 살아보자꾸나.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함께 늙어가는 개를 사랑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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