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그때 그 감정은 변하기 마련이니.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좋아한다. 천진하고 순수하며 작은 것에도 잘 웃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아이 같은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유독 아이 같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들은 나도 그렇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람을 구경하는 것만큼 재미난 일은 없다. 카페나 지하철에서 가만히 앉아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초상권 때문에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괜한 눈초리를 받거나 시비가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마음에 드는 그 모습을 간직하려면 때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가급적 인물 사진은 잘 찍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 해외로 여행을 떠났을 때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가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더라도 그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생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몰랐다. 아니,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웃을 일이 너무 없었다. 웃음이 없으니 이렇다 할 리액션도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막 회사에 입사했을 즈음이니 모든 것이 낯설었고 긴장을 해야 하는 일들뿐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안 웃는다는 말을 듣고 실없이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꽤 오래 미소도 웃음소리도 잃어버리고 살았다. 대부분의 회사는 그런 곳이었다.
우와!!!
무의식적으로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 함께 여행을 하던 도중, 나는 동행에게 내가 내뱉는 감탄사에 대해 지적 아닌 지적을 받았다. 싫지 않았다. 내가 몰랐던 나의 좋은 습관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어딘지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내게만 유독 신기하고 멋진 것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라면, 더군다나 그것이 해외 라면, 누구에게나 신기하고 환상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여행자들과 같은 환경일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나도 모르게 '우와!'를 외친다. 한결같은 표현이지만, 이제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분 좋은 변화였다. 나도 모르게 리액션이 큰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에서도 계속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몇 번의 '우와!'를 외치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손가락 열 개를 모두 접은 후부터 나는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를 세어 보려 했던 이유도 잊었다. 굳이 세어 볼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 순간 그 감정에 충실해 나도 모르게 내뱉는 감탄사일 뿐이었다. 찰나였다. 지금이 지나면 같은 것에 이전과 같은 감정은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떤 감정 표현이든, 할 수 있을 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하는 것이 좋겠다.
보다 신기한 것, 맛있는 것이 많고 사소하지만 예쁜 것들에 감동을 하는 것. 이것이 아이처럼 사는 방법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지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