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행운 따위 없어도, 우리 괜찮지 않겠어요?

by 리아

신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신을 결코 믿어보지도 않은 나로서는 '행운' 따위가 내 곁을 스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불행이 내 발아래만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이런 기분으로는 그 무엇도 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신은 믿지 않는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귀는 얇아 사주팔자와 신점을 통해 들은 나쁜 이야기는 꽤 오래 마음에 두었다. 차라리 신을 믿었더라면, 잘 살아왔으니 행운이 올 거라 믿었더라면, 이렇게 우울할 날이 많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내게 아직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몇 초 남짓하는 이 소리에 여기까지 왔다. 운이 좋다면 들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듣지 못할 것. 그럼에도 길 건너의 작은 공원은 포근했으며 우리가 걸은 시간은 행복이었다고.


내가 바뀐 것일까. 아니면 나는 원래 그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었던 것일까. 외부 요인에 의해 진짜 내 모습을 모르고 살았더라면, 이 얼마나 아까운 시간, 무려 삼십 년을 홀로 괴로워하면서 보낸 것인가!

낯선 곳에서의 꽃 한 송이가, 그 날의 기분을, 아니 그 여행의 기분을 온통 지배했다. 하필 그 장소에 있던 나는 행운이었으나, 이로 인한 행복은 온통 나로부터 시작된 것.

행운이 왔다고 하여 행복이 따라오라는 법은 없었다. 내가 행운이라고 외치는 순간에 늘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행운은, 그저 조금 나은 마음을 먹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보조제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행운 따위에 일희일비하던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이었는지 안 봐도 훤했다.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것. 그것 때문에 나에게 오지 않는 행운을, 혹은 나도 모르게 지나쳐 버린 행운을 불쌍할 정도로 애타게 기다리고만 있는 꼴이라니.

행운, 별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나 그것의 값어치는 단연 내가 정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자마자 똑같은 걸 하나 더 먹을 수 있는 해피아워를 맞이하게 되고, 길을 잃었나 싶은 생각이 들자마자 찬란한 풍광이 내 앞에 펼쳐지는 것. 여행 중에 내가 만났던 사소한 행운이었다. 행운은 그냥, 그런 것이었다.


반면에 행복은, 구태여 찾으려 하지 않으면 얻으려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확실히 행운과는 다르게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행복의 주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였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늘을 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행복의 크기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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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비도 또 다시 내리쬐는 태양도 우리의 만찬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도 그만큼 무거워진 발걸음도 전부 다, 이토록 찬란한 순간 앞에서는 어떤 힘도 없는 걸.

바깥에 자리를 잡고 한창 식사 중인데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 때문에 시켜 놓은 모든 음식과 와인을 들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럼에도 또다시 해가 나며 우리의 시선을 빼앗겼을 때, 우리 모두 귀찮고 조금은 짜증 나는 순간이었겠다. 그럼에도, 여행의 끝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던 너와 내가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거기서 행복을 찾았다.

길었던 우리의 시간 사이에서, 행운과 불운을 오가던 그 상황에서,
당신의 미소, 우리의 웃음이 전부 나에게는 행복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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