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시간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 (feat. 톨스토이)

by 리아

언제나 내가 온전한 나이기를 바라나, 그런 내가 누군가 만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은 늘 새롭다. 존경해 마지않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사람이었고 심지어는 불가능한 것마저도 가능케 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를 에워싸고 있지만 그는 내게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었다. 어쩌면 그는 스치는 모든 인연에게 고유한 세상을 보여주고 쥐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고 또 대담하게 멋진 사람이었다.

들여다보는 것. 숱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지만 결코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던 여행이다. 나는 더 잘 관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강박적으로 조심성이 많으며 새로운 것에 쉽게 다가설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보는 내 눈빛만큼은 상당히 공개적이며 때로 저돌적이기까지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했고 깊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다고들 했다. 몰랐다. 내가 이토록 표현에 특화된 사람인 줄. 숨기고 싶었던 치부라도 들킨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고 그런 내 모습에 새삼 겁이 나 눈까지 벌게져 밤을 새웠다.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아마 나의 여행법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이 그쯤이었겠다. 좋아하면 닮아간다고 했던가. 니도 모르게 발자국을 따라갔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발자취를 이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못 가 몇 번이고 털썩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 되었지만, 나는 힘껏 좇았다.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만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지나간 과거에서 내가 머무를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2018-07-17-18-43-29.jpg
SAM_8241.jpg
SAM_8171.jpg
단순한 것에서도 감정에 생겼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의 비행운이 좋았고, 균열이 생긴 벽에 감정이입을 하기도 했다. 거울로 볼 수 있는 게 내 얼굴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땅보다는 하늘을 보는 사람이 되었다. 음악을 조금씩 줄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휴대폰 속 구글 지도보다는 내 발걸음을 믿기로 했다. 예쁜 것은 눈에 담았고 기억하고 싶은 지금 순간을 카메라에 가뒀다. 여행 내내 내가 살아온 방법에 작은 변수들이 따라다녔다. 발맞춰 걷던 사람들은 보다 앞서 나가거나 조금 늦어졌지만 나는 결코 조급해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나의 속도가 곧 세상의 속도라고 생각했다. 겁이 날 때면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그리운 단어를 뱉었다. 어둑해지는 거리가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추워서 들어갔던 곳에서 이토록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도 지나치게 애를 쓸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더 많은 것들이 보였다.


처음,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에는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 무던히도 애쓰는 내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기도 했다.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언제나 멋있기 마련이지만 구태여 내가 그것을 위해 힘든 시간을 감내할 필요는 없었다.

자연스러움. 억지로 하지 않는 것. 꾸준히 변화를 추구하지만 변화에 목을 매지는 말 것.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내 세상이 이전보다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면, 바뀌어 가는 내 모습에 행복을 느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니겠는가.

True life is lived when tiny changes occur.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

변화에 대해서는, 톨스토이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무기력한 내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