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워했던 것을 가장 사랑하게 된 순간.
그리고 내게 마음의 집까지도 만들어 준 사람.
언젠가 꼭 저 집에서 만나요.
그 땐 오늘 다 하지 못한, 온 마음 다해서요.
혹시라도 깨져 사라질까 손 안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온전히 그것 그대로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모래처럼 훌훌 날아갈까 손으로 쥘 수 없었는데,
마침내 작은 내 손아귀에 들어와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내 손에 남은 것은 까맣게 탄 흉한 자국 뿐이었다.
그 못난 자국마저도 흔적마저도 좋았다.
무엇이 되어도 좋았다.
다른 이유 없이, 너라서 참 좋았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를 만들어내려 애썼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무런 모양도 남지 않게 돌아가려고 했다.
아마도 돌아가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정말 그냥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이 만든다고 애쓴다고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들은 그냥,
그들 자체인 것이었다.
왜 있잖아,
어차피 내 힘으로는 안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결코 될 수 없는,
내버려두어야 할 것들 말이다.
2017년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어느 가을날 밤,
단꿈을 꾼 어느 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