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좋은 성냥팔이 소녀

도도한 파리 5

by 리아

어느 정도 시차적응을 하면 바로 파리를 벗어나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완전 반대인 미국을 갈 때에도 기내에서 시차 적응을 위해 시간을 세었던 나는 이번에도 그랬고 생각보다 빠르게8시간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급하게 예약하여 혼자서는갈 수 없는, 그러나 내게 꿈의 장소라 꼭 가보고 싶었던 ‘몽생미셸’을 위해 나는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잠에서 깨었다.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 땐 물론 수도원인 줄도 몰랐다. 그저 바다 한 가운데 홀로 외로이 자리하고 있는 야경이 아름다운 성이겠구나 싶었다.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조식도 먹지 못한 채 어제 사둔 음료와 샌드위치를 챙겨 단단히 무장한후 미팅 장소로 나갔다. 마침 같은 숙소에 같은 여행사 투어를 예약한 친구들이 있어 이른 새벽 무섭지않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같은 투어 상품인 줄 알았으나 그 친구들은 두 군데, 나는 세 군데를 여행하는 상품이라 함께 투어를 하지는 못했지만 투어 도중 종종 동선이 겹쳐 인사를 나눌 수있었다.

투어를 함께 한 사람들은 대부분 짝을 지어 왔고 혼자 투어 신청을 한 사람은 나와 어떤남자 한 명뿐 이었다. 가이드님의 배려였는지 나는 2인 조수석에혼자 탈 수 있었고 그래서 밴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투어를 즐길 수 있었다. 파리에서북동쪽으로 약 3시간 가량 가니 에트르타에 도착했다. 가는길에 에트르타 부근에 있는 괴도 루팡을 지은 모리스 르블랑의 집을 지나갔다. 가이드님이 있어 지나면서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비록 내부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게 문학 작가의 집을 지나칠수 있었다는 것에 기뻤다. 에트르타는 여행 준비를 하며 알아본 곳이었다. 좋아하는 화가인 모네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장소였지만 이전까지는 모네 그림 속 장소 중 에트르타가 있는 줄은몰랐었다. 멀리서 보이는 엄마 코끼리 모습을 한 절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날이 조금 흐리고 바닷가 근처라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눈이 부신 것보다 나았다. 엄마 코끼리를 등지고 바라보면 또 저 멀리 아기 코끼리가 보였다. 엄마코끼리와 떨어져있는 것이 어딘가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서 바라보아야하는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 절벽에서 모네도 무언가 쓸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언덕에서 계단을 따라쭉 내려가니 자갈밭이 보였다. 사실 이 해변의 돌멩이들은 절대로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 장소든 그 곳의 돌을 좋아하는 한 사람 때문에 가장 매끈하고 예쁜 돌을 골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머나 먼 곳에서누군가가 떠오르고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한한 애정이자 그리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트르타에 이은 다음 투어 장소는 작고 아름다운 항구의 마을로 불리는 옹플뢰흐였다. 옹플뢰흐로 가는 길에 내가 탄 밴은 노르망디 대교를 건넜고 멀리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르하브르 항구를 지날수가 있었다. 일을 그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싫었던 것은 아니기에,또한 나는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여행 도중에도 늘 항구나 선박, 혹은컨테이너가 보일 때면 반가움이 먼저 앞섰다. 누군가 내 이전 직업을 물을 때 나는 늘 자신 있게 어떠한일을 했는지 말할 수 있었고 말해주고 싶었다. 옹플뢰흐가 끌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사실 너무나도 작은 항구의 마을이라서 큰 선박이 접안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저 ‘항구’라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작은 마을로 간단히 둘러보고 식사를 하기에 좋았다. 혼자 투어 신청을 했다는 한 남자와점심 식사는 함께 했고 덕분에 잘 먹지 않는 홍합찜 요리도 한 젓가락 할 수 있었다. 내가 시킨, 쉽게 말해, 메밀 전병 요리는 새벽부터 조식도 못 먹고 나온 내배를 충분히 배부르게 해주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맛집이라는 곳을 굳이 찾아가 내 소심한 모험심에잠시 실망스러웠지만 유명한 집답게 맛은 정말 최고였다. 배를 채우고도 시간이 남아 마을 상점 구경을했다. 가죽 공예 제품을 파는 집이 있어 기웃거렸으나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었다. 여행 내내 나는 어쩌면 어느 누군가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자연스럽게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내가 이상해지는것만 같았다.


SAM_6435.JPG 2017년 1월 4일, 에트르타에서.
PG4A7898.JPG 2017년 1월 4일, 옹플뢰흐의 성냥팔이 소녀가.

날이 흐리다는 것은 내게 그 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거라는 신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애 단 하루 밖에 되지 않을 오늘을 위해 참으로 열심히 다녔다. 무거운 DSLR을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신 가이드님 덕분에 나는, 프랑스로 화보 촬영을 온 아름다운 아가씨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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