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성에 사는 작은 요정

도도한 파리 5-1

by 리아

옹플뢰흐에서의 투어를 마치고 넘어간 곳은 바로 투어의 하이라이트, 몽생미셸이었다.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Mont Saint Michel로 성 미셸의 산이라는 뜻이다. 분명발음은 ‘몽생미셸’이지만 흔히 사람들은 잘못 발음하곤 했다. 몽 ‘샐’ 미셸로 발음하는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정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 기분 나빠할지도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나는 내가 말할 때 반드시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했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틀린 발음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나는 원만하고 쉬운 관계를 위해그 쪽을 택했다.

옹플뢰흐에서 두 시간 넘게 달려 드디어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새벽같이 기상해서 떠난 투어여서 그런지 조수석에 앉았기에 절대 잠을 자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한참을 자다가 운전하던 가이드님의 일어나라는 외침과 함께 눈을 떴고 흐린 하늘 아래 저 멀리몽생미셸 수도원의 자태를 볼 수 있었다. 실로 대단했다. 멀리서보이는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함과 신비스러움에 압도되어 피곤함은 온데 간데 없었다. 연신 우와하며 감탄을 내뱉다 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하였고 가이드님의 인솔 하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수도원 입구까지 가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던 곳이 떠올랐다. 바로영국 여행 당시 당일 치기 투어로 갔던 스톤헨지였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었지만 걸어갔더라면마치 갈라진 바닷길을 고행을 위해 걷는 수도승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몽생미셸 내부는 현지 가이드도함께 입장해야 한다고 들었고 그래서 들어가는 입구에서 현지 가이드 분을 만나 함께 들어갔다. 같은 투어업체의 다른 팀과 합류하여 갔기에 가이드님의 설명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서 많은 계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맨 앞으로 열심히 걸었다. 수도원 내부 입장 전에 당 떨어진 여행객들을 위해 맛있는 쿠키를 주신 가이드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 세 조각이 배고픈 수도승의 허기를 채우고 마음을 달래주는 단비와도 같았다.

이런 수도원에서 지낸다면 분명 믿음이 강해질 것만 같았다. 일단 다른 곳에서 수도원으로 오는 길도 옛날에는 전부 바닷길이 열릴 때 걸어왔다고 하니 시작부터 말 다한 것이었다. 처음 어느 매체에서 이 곳을 보았을 때에는 그저 아름답지만 외로운 성과 같이 보였으나 수도원이라는 말을 듣고는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성이었다면 그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은 꽤나 외롭고 우울했을지도 모르니까. 설명을 듣는 동안 내심 기록을 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영국에서투어 했던 때처럼 기록을 한다면 내가 느낀 ‘감정의 사실’보다그저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전혀, 하나도, 기록하지않았다. 수도원 이야기나 내부 시설에 관해 기억이 나지 않으면 그냥 기억이 나지 않는 대로 두어도 괜찮다고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찾았을 때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조금이나마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괜찮았다.

수도원 내부는 꽤나 추웠지만 밖은 매우 아름다웠다. 비록날이 흐려 일몰은 보지 못했으나 성곽에 기대어 물이 빠진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추위도 잊을 만큼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뻥 뚫린 것마냥 좋았다. 설명을 마치고 돌아다니는 시간이무엇보다도 감사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기에 나도 사진을 남기느라 정신 없이 바빴지만, 그래서 비록 사진보다 내 마음에 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금내가 서 있는 이 장소가 이 시간이 나는 너무나도 고마웠다. 고작 파리로 떨어진 지 나흘만이었지만 지금까지의시간만으로도 충분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프랑스에 온 가장 큰 이유이자 목표는 몽생미셸이었는지도모르겠다.

개인 시간을 마치고 나니 수도원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 시간이 돌아왔다. 사실 이 투어를 이용한 소소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냅사진이었다. 아무래도혼자 다니는 여행이기에 셀카가 아니고서야 사진을 찍는 것이 꽤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다 사람사는 곳이기에 믿고 또 믿으면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마음 가짐이라지만 유럽에서 괜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가 카메라를 도난 당하는일은 바라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까지 기다렸다. 가장 사진이잘 나오는 시간이자 몽생미셸 수도원의 불이 밝혀지는 시간이었다.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어두워졌다. 역시 투어의 장인이자 또 스냅사진의 장인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바로 휴대폰 플래시의 도움을요청한 가이드님의 생각 덕분이었다. 한 명 한 명 과하고 멋진 포즈를 이끌어내며 몽생미셸을 배경으로사진을 찍어주셨고 한 명이 찍을 때마다 야간 촬영을 돕기 위해 남은 사람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 주인공이 바뀔 때마다 도와주었다. 나는 거의 끝에 찍었고 또 하나의 멋진 사진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가방과 카메라를 던져 버렸다. 너무 흥분해서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린 나는 여행 도중 한참 뒤에야 렌즈의 일부가 깨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고 그로 인해 인생에 남을 사진을 건졌으니까.돌아가는 길은 매우 캄캄했다. 한참을 달렸고 한참을 곯아떨어졌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으로서 자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 잊은 지 오래였다. 다른투어 참가자들을 모두 숙소에 내려주고 나는 제일 마지막이었다. 마침 시내로 진입해서 가는 길에 에펠탑을가까이 볼 수 있는 길을 지났고 프랑스에 온 지 4일만에 에펠탑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는내 말에 가이드님은 잠시 정차해 주셨다. 정말로 우연히, 그리고빠르게 건진 사진이었다. 초점도 구도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지만 최고였던 것은 그런 작고 소소한 배려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숙소 앞까지 바래다주신 덕에 오늘의 투어는 매우 만족이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숙소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잠들 수 있어 마지막까지 행복한 하루였다.

PG4A7977.JPG 2017년 1월 4일, 몽생미셸에서 꿈을 꾸다.
SAM_6532.JPG 2017년 1월 4일, 귀가길에 만난 보물.

누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는다면 나는 단연 이 날이었다고 대답하고 싶다. 가장 비싼 돈을 준 투어였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매우 알차게 보낸 하루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앞으로 들를 무수한 곳들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꿈의 장소들을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꿈꾸었다 말할 수 있는 말하고 싶은 곳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네가 좋은 성냥팔이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