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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13. 2018

글 쓰는 세포

세포가 분열하고 또 분열해서,

나도 언젠가는 타당한 세포 한 마리 쯤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글을 쓰는 세포라면 더할나위 없이 사랑하겠다.

글을 지어낼 줄 아는 세포라면, 단 한 마리만 있어도 나는 살겠다.

모든 것이 죽어도 글을 짓는 세포라면.

글을 지어낸다는 것은,

밥을 짓는 것만큼 따뜻한 일일테니.
-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던 내가 요즘 떠올리는 생각이 나쁜 것들 뿐이다.

온몸에 기생충 같은 벌레만 가득해서 자꾸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든다.

예쁜 어떤 것이 군데군데 박힌 사람이 아니라,

온통 썩은 것들 뿐인 사람이 되어버린.

밑둥만 남겨진 채 모두 잘려 나가야만 살 수 있는 큰,

그러나 여러 가지와 줄기가 썩은, 나무같기도 하다.

-
타인에게가 아닌 나에게 화가 났고 미안하고,

이 썩은 줄기를 끊어낼 방법을 찾고 싶다.

밑둥만 남긴 채, 통째로 없애버려야 할까.

글 짓는 세포 나타나기 전까지는 참아보고 싶었는데. 예쁘게 살고 싶은데.

전부를 들어내기에는 아직 품고 있는 게 너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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