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3), 하마구치 류스케

by 최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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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는 장르고 태도다 일본 영화계의 누벨바그다..



최상위 포식자는 존재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사회라는 벌판이 있다. 겁먹은 사슴이 인간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처럼 누군가는 덜 실망할 곳으로, 누군가는 덜 치열한 곳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더이상 피할 곳이 없을 때, 혹은 치명상을 입어 도망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궁지에 몰린 사슴이 뿔을 휘두르듯 상처입은 누군가는 끝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악다구니를 친다.



누가봐도 악한 것은 그를 도발한 총알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러 내려온 오물을 뒤집어 쓴 사슴이 반격 말고 대체 뭘 택할 수 있겠냔 말이다. 그렇다면 총알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이러니할지어다. 뫼비우스의 띠같은 사회라는 벌판에서, 첫번째 총성이 울린 곳을 찾는 일이 가능하긴 할까 싶은 것이다.



안개 낀 벌판에서 상처 입은 어린 사슴을 발견했을 때 그를 위험으로부터 숨겨야 한다는 것. 내가 아는 건 그것만이 당연하다는 사실 뿐이다.



악은 가장 약한 이의 상처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이게 내가 내린 염세적 결론이다..



여하튼 철학적인 질문을 예리하게, 그러나 결코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은 태도로 풀어내는 현자 하마구치 류스케의 대다남은 존재하는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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