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은 이 각본을 쓰면서 떠나는 사람을 생각했을까, 곁에 남는 사람을 생각했을까?
떠나는 사람이 수많은 오해와 고난 끝에 곁에 남는 상투적인 이야기. 내가 기대했던 건 그런 이야기였나 보다. 하지만 기대를 뛰어넘은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필요한 떨림을 안겼다. 아서의 포옹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인연’ 그 자체였다.
주인공에 비해 주변인들이 더 돋보이는 영화나 글이 있다. 그런 글에는 뻔한 평가가 뒤따르곤 하는데, 이를테면 작가 혹은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던가, 주인공이 납작하다, 캐릭터가 약하다 따위의 상투적인 말들이다. 영화가 막바지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주변인을 더 매력적으로 그리는 작가나 감독이야말로 사람에 대한 사랑을 품은 참 창작자가 아닌가? 그리고 그런 이야기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가려져 있었거나, 쑥스러워 보려 하지 않았던 감정들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 먼 곳이 아닌 바로 당신 곁에 그런 감정이,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알려주는 이야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그랬다. 얼핏 들으면 운명론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인연에 속박되어 있지 않다. 이 영화 속의 인물들 또한 누구 하나 불가항력에 기대지 않는다. 다만 선택한다. 떠날 것인지, 곁에 남을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