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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향 Jan 17. 2022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작년 10월 말에 몰아서 쓰게 된 소설 쪼가리들을 모아 

브런치 책을 엮었다. 


조잡한 짧은 글들이었지만 

속을 다 비워내고 멍하니 누워있는 만취 다음날처럼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 


나는 내 안에 있던 생각과 기억의 조각들과 마음의 울림들을 

텍스트라는 형태로 만들어내면 내가 곧 작가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확실히 나 자신으로 하여금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했으나, 

내가 쓴 글들이 곧 작품들이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의 첫 글들을 통해서 

배웠다. 


그러니까, 그 어떠한 이유들에 의해 스스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마음과 

어린 자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친절한 청자가 되는 방법이 나에게는 곧 글이었던 것이다. 


나는 확실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저기 저 멀리서 혼자 아직 쭈그리고 있는 

어린 마음의 내 기억들도 숨바꼭질하듯이 찾아내어 달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런데 타인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가는 것일까?

나는 문득 그것이 궁금해진다. 타인들도 나처럼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 자아를 데리고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위대한 이야기꾼들, 예컨대 고 박완서 선생님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글을 쓰면서도 어느새 읽거나 듣고 있는 나의 마음에 한가득 들어오는 그런 글쟁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참 궁금하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글감이 쌓이지만, 막상 나는 나 자신의 마음에 맞는 성찰밖에는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글로 쓰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다. 

쓰고 나면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는 지금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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