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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향 Aug 18. 2022

열 줄의 마음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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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같이 일했던 '젊꼰(젊은 꼰대)'선배가 한 명 있었다

그녀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1) 저는 한국인이랑 안 맞아요 2) 저는 유럽 스타일이라서 한국인들이랑 잘 못 어울려요 3) 교양 없는 거 너무 싫어해요 -

주재원 특성상 같이 일하는 사람의 회사생활과 일상생활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그녀야말로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내 아들에게서 떨어져!!" 하면서 남의 귀한 집 딸내미 얼굴에 물 뿌리는 억세고 드세고 막무가내인 '한국 아줌마'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너무 궁금했다. 본인도 한국인인데 한국인이 왜 싫지?

코로나 때문에 3년을 모국 땅을 못 밟은 나는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붙잡고 껴안고 울고 싶은 마음이었어서 유난히 그녀의 '한국인 기피증'이 이해하 힘들었나 보다

그러다가 최근 엔데믹 이후에 한국에서 온 아부지와 2주 동안 영국&프랑스 여행 중 아부지 왈, "나도 촌스러운 사람이지만, 유럽에서 한국인 만나면 좀 촌스러워서 인사하기 싫어져"

아하! 우리는 유럽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보다 좀 더 촌스러운(그렇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같은 나라 사람들이 부끄러운 것인가?!

근데 정말로 양놈들 사이에서만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인만큼 멋지게 차려입는 민족이 없고(특히 여성분들), 한국 어무니들만큼 사탕 초콜릿 싸다니며 서로 즐겁게 수다 여행할 수 있는 민족이 없다. 멋지고 좋은 민족이다.

설사 우리가 절대적으로 촌스럽다고 할지라도, 그 촌스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게 우리에게 세련됨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나는 앞으로 좀 민망하더라도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 만나면 고객 까딱 가벼운 반가움의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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