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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빈 Feb 12. 2018

변호사가 반드시 등장해야 하는 재판장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중심으로

형사재판 장면이 등장할 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피고인인 등장인물이 직접 스스로를 변호하게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기소된 범죄사실에 따라, 피고인의 상태에 따라 변호인이 없이 혼자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아래에서는 어떤 상황들이 그러한지 소개합니다:)

    범죄를 주제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각본을 쓰다 보면 분명 형사재판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주 작은 배역으로라도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등장해야만 하는 때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특정한 상황일 때는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사선변호인(피고인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가 선임한 변호사)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받을 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죠. 법에서 피고인에게 사선변호인이 없는 경우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도록 한다는 의미는 곧,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재판을 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변호사 역할의 인물이 등장해야 하는 거죠)


    일단,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공소장을 제출하면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뀐다는 설명은 이전에 드렸습니다(피고인과 변호인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른 글 민사소송에는 '피고인'이 없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소제기가 되었는데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그 형사재판을 담당하게 될 재판부의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서면으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경우) 변호인이 없으면 재판을 열 수가 없으니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알리고, 법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변호인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된다는 내용,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는 법원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 법원이 생각하기에는 국선변호인이 필요하다 싶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줄 생각인데 이를 원하지 않으면 그에 대해서 국선변호인 선정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려줍니다(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1항, 제2항).


    그러면, 어떤 경우에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한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니다.

    일단 헌법을 볼까요.

헌법 제12조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에 보면, 형사피고인이 체포나 구속을 당했을 때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 그 피고인이 변호인을 스스로 구할 수 없으면 법률 규정에 따라서 국가가 변호인을 붙여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피고인'이 체포나 구속을 당하면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상태의 피고인이기 때문에 사선변호인이 모두 사퇴를 해버리자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바가 있습니다. 

법원이 구속영장 재발부에 반발해 '변호인 총사퇴' 초강수를 둔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9일 "박 전 대통령의 공판 진행을 위해 더 이상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돼 직권으로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며 "구속 사건이고 기소된 법정형이 높아 변호인이 없으면 공판 진행을 할 수 없는 '필요적 변호' 사건이므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출처: 뉴시스, 2017. 10. 19.자 "법원, '변호인 총사퇴' 박근혜 국선변호인 선정 돌입")


    또 다른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면,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이 변호인이 없을 때 나라가 변호인을 붙여줘야 하는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에서 정하는 6개 사항에 피고인이 해당할 경우에는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열 수가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3조(국선변호인)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구속된 때
2.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3.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4. 피고인이 농아자인 때
5.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6.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쉽게 말해,

1. 피고인이 구속이 된 상태, 그러니까 법정에 수의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을 찍고 싶다면 옆에 변호사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2.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예를 들어 주인공이 미성년자인데 범죄를 저질러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변호인이 등장해야 합니다. 불우한 환경이라서 변호인이 없다는 설정은 불가능합니다.

3.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악인이 나이 들어서 처벌을 받는 장면을 찍는다고 할 때, 70세가 넘은 등장인물이라면 스스로 변호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신문이나 진술을 하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4. 피고인이 언어청각장애인인 경우에도 변호인이 있어야 합니다. 재판 진행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5.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경우, 여기서 '심신장애'의 수준은 술에 취해있고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 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 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그냥 정신장애가 있거나, 아니면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지 않습니다.

6.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는 무엇을 말하냐면,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서 공소장을 제출할 때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라고 지적된 범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형이 규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피고인이 혼자 재판을 받을 수 없고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살인을 해서 살인죄로 기소가 된 경우에 형법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형법 제250조 제1항)고 정하고 있으니까, 살인죄가 인정이 되면 이 사람은 적어도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작량감경을 하는 경우는 일단 배제합니다). 그렇다면 살인죄로 기소된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등장인물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에 따라 변호사 역할의 배역이 필요할지 필요 없을지가 결정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위의 여섯 가지 경우 외에도 피고인은 본인이 가난하거나 여타 다른 사정으로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 싶을 때 법원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빈곤 등의 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열심히 법원에 증거를 제출해서 설명을 해야 합니다). 반대로 법원이 보기에 국선변호인이라도 필요할 것 같은 피고인인데 변호인도 없이 재판을 받으려 할 경우에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기도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 제3항).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선변호인을 등장시키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국선변호인을 등장인물로 내세웠는데 그가 피고인인 등장인물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국선변호인은 법원이 선정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함부로 그 사람을 해임하거나 할 수가 없습니다. 국선변호인을 바꾸려고 해도 법원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였거나, 국선변호인이 그 자격을 상실했을 때 선정을 취소해야 합니다. 또, 국선변호인이 법원에 사임의사를 밝혔을 때 법원이 보기에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허가를 해주는데 그 경우에도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가 됩니다. 국선변호인은 아프거나 장기 여행을 가야 해서 임무수행이 곤란할 경우,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부터 폭행, 협박 또는 모욕을 당하여 신뢰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부터 부정한 행위를 할 것을 종용받은 경우, 그 밖에 국선변호인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에 국선변호인 사임의사를 밝힐 수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18조 제1항, 제20조).


    피고인도 마찬가지로 국선변호인 변경 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이 보기에 변경 신청에 이유가 있으면 국선변호인을 바꿔주기도 합니다. 또 법원이 보기에 국선변호인이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거나, 선정 결정을 취소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싶으면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대해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변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특정 경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반드시 받도록 법이 정하고 있는 것이고,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에 나라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원고나 피고가 직접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변호사를 반드시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그러나 민사소송은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스스로 주장을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나서서 판단해주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사실관계나 법률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민사소송에서의 변호사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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