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장면 세트 틀리지 않게 설치하기
요즘 드라마에는 재판을 받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능에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가끔 보면 형사법정인 것 같은데 민사재판이 진행되거나 반대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법정좌석배치에 관련해서는 놀랍게도 형사재판에 대해서는 특별히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고, 또 대법원 규칙으로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5조(공판정의 심리)
①공판기일에는 공판정에서 심리한다.
②공판정은 판사와 검사, 법원사무관등이 출석하여 개정한다.
③검사의 좌석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좌석은 대등하며, 법대의 좌우측에 마주 보고 위치하고, 증인의 좌석은 법대의 정면에 위치한다. 다만, 피고인신문을 하는 때에는 피고인은 증인석에 좌석한다.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
제2조(좌석의 위치등)
① 법관의 좌석은 법정 단상 정면으로 하고 법원사무관등의 좌석은 법대 아래 중앙으로 한다.
② 민사공판(행정, 가사, 특허공판등 포함)시의 좌석의 위치등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소송대리인 포함)와 피고(소송대리인 포함)의 좌석은 법관을 향하여 원고는 좌측, 피고는 우측에 배치한다.
2. 증언대는 법대와 원고석 및 피고석 사이에 두되, 법대 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③ 형사공판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인의 좌석은 법관을 향하여 검사는 좌측, 변호인은 우측에 배치한다.
④ 법원청사 사정상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석을 원고석으로 변호인석을 피고석으로 하여 형사법정을 민사공판시에 사용할 수 있다.
⑤ 증언대는 검사석과 피고인석 및 변호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각 두되 법대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단, 제2항 단서의 경우에는 법관을 향하여 원고석의 좌측앞 및 피고석의 우측앞에 두고 법대중앙의 재판장석을 향하게 한다.
그러니까,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소장을 제출한 원고와 피고가 나란히 앉아서 판사를 쳐다보는 대형이 되고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검사와 피고인이 마주 보고 앉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민사재판의 경우에 원고 대리인은(앞의 글에서 설명드렸듯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대리인'이라고 부릅니다) 좌석이 좌측이므로 보통 좌측 출입문을 통해 들어와서 좌측 방청석에서 대기하다가 본인 순서가 되면 앞으로 나가고, 피고 대리인은 좌석이 우측이라 우측 출입문으로 들어와 우측 방청석에 앉아 대기하다가 본인 순서에 앞으로 나옵니다.
미국 법원의 경우는 검사석과 변호인 좌석이 나란히 앉아서 판사석을 쳐다보는 대형인데, 주로 드라마 작가분들이 국내 법원의 상황을 확인하지 않거나 미장센상 미드에서의 구조를 그냥 따라서 세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그런지, 형사재판 장면인데 민사법정 세트가 등장하는 경우들이 제법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명 미드 <굿와이프>를 리메이크한 한국판 <굿와이프>의 법정장면이 그런 경우가 있던데,
형사재판인데, 검사와 변호인이 나란히 판사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증인석도 법대 바로 밑에 있죠. 이건 미국식이고, 한국식 형사법정은 저런 구조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에는 별첨자료로 법정의 구조를 아예 그림으로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는 '표준법정단면도'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정장면 세트를 구상할 때 참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런데 현재 법정모습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그냥 원고석, 피고석, 법대/검사,변호인,법대 정도의 위치 배치만 크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다만, 아래 제시된 그림은 조심해서 보셔야 합니다. 2007년 6월 1일 형사소송법의 개정 등으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판사와 마주 앉아 필요시에 예외적으로 변호인이 피고인 옆에 앉을 수 있도록 했던 예전 법원 구조를 개선하여, 처음부터 변호인과 함께 나란히 앉도록 좌석배치가 바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의 법원구조 중 형사재판은 현재 운영과 매우 다릅니다. 아래 그림에서 제시된 형사재판정의 구조는 2007년 이전의 형사재판이라고 생각하시면 수월할 것 같네요. 지금의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석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변호인석이라고 불리는 위치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나란히 앉게 되어 있습니다. 증언대는 법대를 마주 보도록 하여 검사석과 변호인석 사이인 법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소개해드린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에서는 법정용 의자, 탁자 등의 소재나 크기 등도 정하고 있습니다. 뭘 벌걸 다 정해뒀네 싶기도 하고, 실제로는 의자 정도는 법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보니 대법원규칙이 너무 아쉽습니다. 사실 형사소송법이 2007년 개정되면서 형사법정에서 별도로 피고인석을 두는 것이 삭제되었는데 대법원 규칙에서는 아직 1999.경 작성된 것을 그대로 게재하고 있어서 혼란을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법원규칙의 제정과 개정 등에 관한 사항"은 '법원조직법' 제 17조 제2호에서 대법관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다시 재정비를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국민참여재판은 법정구조가 또 다릅니다. 그와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https://brunch.co.kr/@ousiaopen/12
덧. 위의 이러저런 내용 말고도 사실 대한민국 재판은 기본적으로 공개가 원칙이므로 법원을 한 번만 가서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무서워말고 도전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