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했던 날, 붙어앉은 상사가 신경쓰였다. 왜냐하면 내가 계속 하품을 했기 때문이다. 밤이라 우리 둘뿐이었고 모든 작은 소리들이 서로에게 아주 잘 들렸다. 이 하품 소리도 들리겠지. 아무리 어금니를 깨물어봐도 하품은 1분에 한 번씩 비어져 나왔다.
소위‘아침형 인간’임을 깨달은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대엔 밤도 곧잘 새웠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침 기상이 몸에 배었고, 40대에 접어들면서 밤 열 시만 돼도 하품을 1분에 한 번씩 하는 사람이 되었다. 마치 옛날 노인들이 꾸벅꾸벅 졸면서 텔레비전을 보다가(저럴거면 그냥 주무시지) 초저녁부터 이불을 챙기고(아니 이 시간에?)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 냉수 마시고 두리번대는(꼭두새벽부터 웬 부산이람) 행동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 이 일기도 아침 6시 반에 쓰고 있으니까. 아니 이거 쓰려고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그냥 6시면 눈이 떠지는 걸요.
아침형 노인인 나와는 달리 동생은 저녁형 청년이다. 일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을 가르치는 프리랜서여서 주로 오후에 일한다. 내가 하루를 보내고 잘 준비 할 때쯤에야 집에 들어오니 늦게 자고 늦게 깬다.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 건 요즘의 일이다. 이건 마치 둘이 살면서도 혼자 사는 일석이조 효과인 것이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을 때 심신이 충전된다.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은 전혀 휴식이 되지 않으며, 혼자 어두컴컴한 수유실에 처박혀 N년간 안 빤 담요를 덮어쓰고 멍청하게 누워 있어야 비로소 쉰다고 느끼는 사람이다(그래서 매일 오후에 수유실로 사라진다). 그러면서도 외로움과 무서움을 골고루 잘 느끼니 아 어쩌란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혼자 살든 둘이 살든 하나만 하라고를 외칠 때 신은 나를 위해 저녁형 동거인을 내려주신 걸까. 동생이 쿨쿨 자고 있는 아침엔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동생이 돌아오는 밤엔 집에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운전하는 시간만 나는 혼자니까.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지만, 동료들이 재미있지만,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잖아. 운전할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언젠가 친구가 했던 말. 아무리 사랑해도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는 게 비로소 휴식이 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면, 혼자의 소중함을 아는 동거인이 있으면 좋겠다. 함께여도 각자의 혼자를 지킬 수 있는 관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