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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13. 2023

이별에 관하여

사별


아무리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별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느낌은 때로 만남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처음만났을 때의 감정은 점점 차오르는 듯한 모양새를 가지지만 이별은 뭔가 감정이 끊기는 느낌이라, 그 감정의 차이가 커서 그 커다란 슬픔을 불러오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던 사이에서 시작되어 관계를 맺고, 관계가 발전되어가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이별의 과정은 그렇게 길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보인다. 



 성인이 되기전 학창시절에는 처음 같은 반이되어 알아가면서 약 1년의 시간동안 관계를 맺고 알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빨리 친해지는 친구들도 있지만 어느순간 친해지게되는 친구들도 있다. 이 때부터는 보통 1년마다 이별을 경험하게된다. 1년이 지나면서 반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이 바뀌면서 동급생들과의 이별을 비롯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전학을 가면서, 혹은 이사를 하면서 주로 물리적인 멀어짐에 의한 이별이 많았다. 의례적 절차였기 때문에 물리적인 격리에 의한 이별은 그래도 극복이 가능했다. 이를테면 졸업을 하더라도 연락이 닿아 따로 만날 수도 있었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조금만 하면 관계를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 카톡도 없었지만 지금보면 어떻게든 연락 수단이 있었다. 지금도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고 놀면서 관계를 이어나간다. 


성인이되면서는 물리적 거리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애초에 대학은 전국각지에서의 사람들이 모인데다가 기술의 발달로 연락 수단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더이상 물리적 거리에 의한 이별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고, 어디든 만나려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에따라 오히려 심리적 거리에 따른 이별이 더 많아졌다. 가장 흔한 이별의 경우가 한 때 가장 가까웠던 연인의 사이에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안타까운 이별의 경우를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연인의 인스타를 몰래보기도 하고, 카톡 프로필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보통 연락하지 않는, 닿을래도 닿을 수 없는 심리적인 이별인 경우가 많다. 2~30대, 가장 높은 텐션의 남여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다 헤어지게 되는 과정 속에서의 감정의 기복이기에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다가왔다가 가장 강하게 사라져버린, 허무가 뒤를 덮친다.

성인이 되면서 만나는 또 다른 이별의 종류는 사별이었다. 그 전에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아주 멀리, 나와는 별개의 건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되고 나서부터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의 죽음으로 인해 장례식을 가거나, 회사에서도 결혼식에 대한 메일만큼이나 누군가의 부고를 알리는 메일을 자주 받게 되었다. 사별은 물리적, 심리적 이별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로 이별의 종점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 이별의 종착역에서, 각자의 떠나가는 모습은 다 다르겠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상호적 관계의 종결을, 비통해하고 그리워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에 의한 사고사에서 시작해 호상이라고 불리는 죽음이라도 모든 이별 중 유일하게 이별의 원인을 내포한 단어인 '사별' 이 따로 있는 것은 그 의미가 그만큼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들을 기리기 위한 장례를 치르고, 비를 만들면서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주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순신 장군은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며 끝까지 전쟁의 사기를 위한, 조선 역사상 최고의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원피스의 dr.히루루크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사람에게 잊혀질 때다" 며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초파에게 추후 끊임없이 회자되는 명대사를 남기고, 정말 많은 노래들이 이별에 관한 시를 써내려가고 공감하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노래방에서 목청이 터져라 부르는건 그만한 이별의 여운이 길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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