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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11. 2023

냄새

사계

저마다의 계절에 풍기는 냄새는 다르다.


가장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건 가을이다. 상쾌한 바람, 높은 하늘과 함께 시원한 공기와 함께 길거리마다 흩뿌려진 은행의 냄새는 환경 미환원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밟히면 찌부러진 은행 조각과 함께 냄새도 그 자리에 함께 남는다. 길지 않은 가을이지만 그 냄새의 강렬함은 어느 계절 못지 않다. 은행은 인간 외의 그 어떤 동물도 열매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다람쥐도, 청설모도 그 독성에, 냄새에 피해갈 뿐이다. 다만 인간이 입에 쓴걸, 몸에 좋다고 좋아하는 사실을 은행나무는 알아버렸는지 오로지 인간의 손에 맡겨져 그 후손이 자라나고 가로수로 길러지고 있다.



겨울이되면 눈이 모든 나무과 꽃들을 덮어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가려준 사이 쉬는 시간을 갖는다. 사람들도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 콕 박혀 겨울잠을 자는 곰마냥 전기장판을 틀고 귤하나를 까먹으며 티브이를 보거나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들어가 이불 속으로 직행하여 유튜브를 트는 일이 잦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겨울의 길거리에는 붕어빵과 고구마, 호떡의 냄새가 흐릿하게, 멀리 전달된다. 냄새와 온기를 같이 흩뿌리는건지, 온기를 따라가는건지, 냄새를 따라가는건지 모르겠지만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홀리듯 그 냄새들과 연기들이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춰세운다. 발걸음의 끝에서 주머니에 박혀있던 천원짜리를 꺼내들면 이제는 겨우 작은 붕어빵 3개 혹은 호떡 하나만 살 수 있지만 이 추운 겨울, 나의 속을 데워줄 무언가를 아주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있다.



봄이오면 나무와 거리에 풀이 자라고 풀내음이 가득해진다. 봄이 왔구나를 느낄 수 있는 냄새가 코를 타고 꽃가루와 함께 흘러들어온다. 재채기를 하기도, 비염이 오기도 하지만 어느 카페는 갖가지 꽃으로 치장하여 카페를 꽃향기로 가득 메우기도 한다. 아파트 화단에 심어져있는 진달래와 개나리들의 냄새가 아주 흐릿하게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봄의 기운은 후각과 청각을 깨우고 슬슬 무언가가 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름에는 지독한 땀냄새가 지하철 안을 채운다. 출퇴근길 사람에 끼어 옴짝달싹 못하는 순간, 뛰어온 누군가들의 땀냄새들이 에어컨 강풍을 이겨내고 코로 들어오면 수년전 타향살이를 했던 어느날들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여름 타국의 공부를 위한 잠깐의 시간동안의 지하철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 지하철, 에어컨도 되지 않는 지하철의 출퇴근길은 외국인들의 특유의 냄새가 공간을 메워갔다. 그들도 나의 마늘 냄새를 맡고 있겠지만 그 지독한 고유의 냄새는 참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살아본 바에 의하면 매일 샤워를 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물이 넘치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게다가 창문을 열어둔 지하철에 지하철이 움직이며 들어오는 그 바람은 도대체 왜 에어컨을 만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저마다의 계절에, 강렬한 냄새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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