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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Oct 16. 2023

통 속의 뇌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은, 끊임없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고찰을 지속해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이 세계의 기원을 다루는 다양한 신화를 비롯한 이야기들이 존재의 기원과 존재 의의를 다루게 되었다. 모든 신화에서 인간은 상당히 특별한 존재로 그려진다. 성경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만물의 영장으로 임명하였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불을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로 신과 인간 사이의 자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들은 당시 사람들 역시 인간의 존재 의의를 궁금해했고, 그들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설명이 요구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항상 그런 의문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너무 생생한 꿈은, 도대체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에 대한 물음 역시 불러일으킨다. 꿈속의 세계와, 지금 내 세계의 차이가 무엇인가? 나의 세계도 누군가의 꿈속 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나비가 되었던 꿈이, 사실은 나비가 지금 사람의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장자의 호접지몽) 이런 의문과 상상은 재벌 집 막내아들의 도민 쭌이 사실은 꿈이었다는, 욕먹는 결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상의 영역들이, 공상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기술의 발달로 실현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 매트릭스로 대표되는 시뮬레이션 세계를 대중에게 보여주었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시리즈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시뮬레이션에 대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이제는 꿈속의 나에서 시작된 물음이 이 세계 자체가 어쩌면 누군가의 시뮬레이션이 아닐까?라는 물음을 주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한때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이었다. 신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인간들을 컨트롤하고 결국 신이 되어 결국 본인의 이야기가 책 속의 이야기라는 것을 등장인물이 깨닫는 이야기는 당시 매트릭스를 보지 않았던 나에겐 상상도 못했던 전개였다.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면 나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사실 선택한 건 내가 아니라고 상상해 보면 장단을 생각해 봤다.

장점   

    더 이상 선택을 위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아도 된다. - 지금까지 선택의 순간에서 했던 고민들이 사실은 쓸모없는 시간이었으니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더 빠르게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빠른 성장과 레벨 업을 목표로 랭커를 꿈꾸기도 하고, 누군가는 장사를 해서 대부호가 될 생각을 한다. 물론 맘처럼 쉽게 무언가가 되지 않겠지만 그러면 뭐, 캐삭하고 내 주인이 캐삭하고 재시작하겠지 뭐, 지금까지 한걸 보면 그냥 게임을 막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으니  


    가끔 우리는 천재라고 불리는 종족들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 수 있다. - 시작할 때 주사위를 겁나 잘 돌리면 된다. 인생은 원이지  

단점  

    인생의 허무,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인생이 아니게 된다면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다. 무엇을 위한 나의 삶인가에 대한, 결국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덮쳐오면 충분한 노력을 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 나라는 캐릭터를 만든 사람은 나의 유전자와 재산에 현질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  

생각해 보니 인생의 허무 외에는 별다른 단점은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이득일지도..?

 이런 상상들은, 순간의 재미를 위한 상상일 뿐 사실 나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 시뮬레이션이 주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이다, 그래서 뭐?라는 결론 없는 외침만 허공을 맴돈다. 수많은 음모론들, 일루미나티로 대표되는 음모론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의문을 제기한다 한들 과연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가, 인류의 지도층이 도마뱀이라고 치자, 그들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아내서 다 죽인다면 그게 우리의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그들로 인한 부조리가 가득 차있는 이 세상이라기보다, 원래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차있었다. 설령 그들이 만든 부조리라 해도, 부조리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그들을 없애는 것보다 빠를 것이다.

 게다가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 누가 시뮬레이션을 몇백만 년 동안 돌리고 앉아있을지, 재미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지구가 60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고, 생명이 탄생한 게 4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면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보면 낭비를 한 거라 그 기간은 스킵 한다는 게 그럴싸하진 않아 보인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현실을 직면하는 게 상황을 똑바로 쳐다보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 집에 불이 났을 때 불을 마주하고 물을 뿌려야지, 불을 보지 물을 뿌리면 아직 불에 타지 않은 애꿎은 컴퓨터와 티브이만 고장 날 것이다. 결정의 순간앞에서의 치열했던 고민의 순간들은 헛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기도하다. 그 고민들이,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내가 마주하는 것들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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