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한번쯤 비가 오기를 바랐다.
폭염의 에어컨은 충분한 효과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불어온 선선한 바람이 여름의 잠깐의 행복을 불어넣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비가 올 때가 되었고 비가 너무 많이 오지 않으면 가뭄의 위험도 있었다. 어느 날 방문한 여주에서는 땅이 갈라져있어 비가 오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6월 말쯤이었나 장마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빈 수레가 요란했던 장마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비가 이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와우 그런데 이렇게 많은 비는 아니었다. 첫날에는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올해 비의 위력은 생각보다 낮았다고 무시했었던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패착이었다. 계속 내리는 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들었다. 신발을 뚫고 양말까지 적시면서 왜 우산을 챙기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만 내일이 있었다. 꽤 많은 비가 내렸으니 소강상태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이왕 온 김에 페이스를 올리려고 하는지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후드득 내리는 비가 우산을 뚫고 오려는 것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번개가 하늘을 갈라 땅으로 전자가 공급되고 있었고 소리는 그 속도는 느렸어도 위압감은 더 크게 느껴졌다.
세상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물폭탄이 쏟아지고 출근길이 늦어지면서 호우주의보가 여기저기 경보를 울려댔다. 차들이 반쯤 잠겨 침수차가 된 게 아닌가 싶기도, 주택으로 토사물이 쓸려 들어와 할머니가 구출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클라이맥스였다.
비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약하지만 계속,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아직 남은 하늘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내리다, 말다 한다. 물난리의 끝자락, 조금 더 시원한 여름이 다가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