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위계 변화
형이라는 단어는 참 신기하다.
한국어 사전을 뒤져보면 '형'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내 형제 중에서 손위인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20대가 카페에서 "형,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라고 말할 때, 그 '형'이 혈연관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화하고, '형'이라는 호칭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단어 중 하나다.
아마 변화의 시작은 인터넷과 함께였을 것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가상공간에서 실력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형'은 더 이상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사회적 나이를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는 전통 사회의 연령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변화했달까? 게임 잘하면 형이다, 돈이 많으면 형이다라는 단어도 그와 결을 같이 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여성들의 '형' 사용이다. "오빠"라는 호칭에 스며든 로맨틱한 뉘앙스와 성별 고정관념을 거부하며, 젊은 여성들은 의도적으로 '형'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오빠라는 단어가 어색했다거나 오글거린다는 이유에서 시작했지만 그 변화가 어쩌면 단순한 호칭의 변화가 아니라 성별 중립적 언어에 대한 표현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형'의 사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 같은 또래끼리도 존경의 의미로 '형'을 사용하고, 때로는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실력을 인정하는 의미로 '형'이라고 부른다. 이는 전통적인 유교 문화의 나이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든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에게 '형'의 확장 사용은 때로 전통적 가치의 훼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형'이라는 호칭의 진화는 결국 우리가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에 관한 변화로 보인다. 혈연보다는 선택, 나이보다는 능력, 성별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형'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도구가 되고 있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형'이라는 작은 단어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로 나아가려는 집단적 의지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