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꽃

이후의 열매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청춘은 꽃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에서도 청춘을 꽃에 비유하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20대의 청춘은 외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인생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했나 싶을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밤을 지새우면서 놀러다니면서 또 그 다음날 놀 수 있다는 것, 술을 마신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밀린과제와 공부를 위해 새벽까지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쉬지도 않고 시험이 끝났다며 놀러가는 것은 마치 꽃처럼 찬란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절이었다.가장 격정적인 시기가 주는 푸릇푸릇함과 열정은 여름을 담고 있었다.


더 이상 스무 살처럼 화려하지 않다. 밤새우면 며칠간 피곤하고, 무리하면 몸이 아프다. SNS에 올릴 만한 드라마틱한 일들도 별로 없다. 대신 다른 것들이 생겼다. 경험이라는 것, 판단력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 스무 살 때는 "나중에 꼭 해봐야지"라고 말만 했던 일들을 이제는 정말로 해낸다. 계획을 세우면 실행하고, 목표를 정하면 달성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단하다.


반대로 나이 든 선배들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겉으로는 화려함이 사라졌을지 모른다. 다 똑같이 동그랗기만 한 열매들이 얼마나 단 과즙을 품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면에는 엄청난 것들이 쌓여있다. 축적된 지혜, 숱한 실패를 통해 얻은 통찰, 책을 통해서만 어렴풋하게 있다고만 생각하지만 정말로 아직은 얻지 못한 경험들은 과일과는 반대로, 외면은 부드럽고 내면은 단단하게 만든다.


벚꽃이 질 때쯤이면 사람들은 아쉬워한다. "벌써 꽃이 져버렸네." 하지만 농부는 다르다. 농부는 꽃이 진 자리에서 열매를 본다. 꽃이 화려했다면, 열매는 달다. 꽃이 눈을 즐겁게 했다면, 열매는 배를 든든하게 한다. 청춘이라는 꽃이 지고 나면, 사람들은 아쉬워한다. "젊음이 그립다", "그때가 좋았는데"라며 과거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다음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꽃이 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열매. 우리를 정말 살게 할 수 있는 것들, 그 다음의 꽃을 피워낼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 수 있는 열매들을 말이다.


꽃을 피워내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열매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뜨거운 여름의 햇빛과 7월의 기나긴 장마와 언제올지 모르는 태풍을 넘어서야한다. 어쩌면 가장 응원이 필요할, 청춘이 꽃답게 죽고 그 장마와 태풍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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