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빠진 인간들
산업혁명 이후 빠르게 발전해온 기술은 편리함과 편안함을 가져왔다.
점점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며 '일'의 많은 부분이 사무실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며 메일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 그 중 육체적인 활동은 오직 바쁘게 움직이는 두 눈과 자판을 두드리면 손가락만 있으면 된다. 발목이 부러져 깁스를 해도 사실상 일을 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24시간 중 수면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이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으로 변했다.
그런 사람중 한명이었던 저자가 북극에서 한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훈련을 했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은 우리가 인간의 본질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멀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인간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의 생활습관과, 긴 시간동안 수렵사회와 농업사회를 거쳐가면서 진화한 인간의 골격, 근육 등의 작동방식이 적합한지, 그 비대칭이 그저 가늘고 길게 살아갈 수만 있는 존재로 만든것이 아닌지 묻는다.
어느 비오는 날의 잠실 롯데월드몰, 비가오는 날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한끼를 먹을 식당을 찾아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한 사람의 발목 깁스가 눈에 들어왔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3번의 깁스를 해본 나로서는 얼마나 덥고, 불편할지 비가오는 날이면 물이 들어갈텐데 찝찝할지 안타까운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발목에 깁스를 한 사람을 발견했고, 무려 2명의 사람을 30분이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더 발견했고 그 다음주, 회사에 갔을 때도 발목에 보조대를 찬 사람을 발견했다.
이상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목을 다쳤다는 게 우연일까?
이 책은 과거의 나를 포함한 발목 부상자들이 그저 조심하지 않아서 발목을 접질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우리 몸의 하중을 견디는 발목, 무릎 등은 쉽게 강해지지 않는 조직이다. 조금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퇴화되는 근육들에 둘러쌓인 이 곳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취약한 부위가 되어버렸다. 사용하지 않은 도구가 녹슬어가듯이.
편안함을 추구하며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찾는 편안한 의자, 그 어느 때보다 푹신한 침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나날들을 지내는 우리의 일상. 하지만 저자는 북극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썰매를 끌고, 얼음 위에서 잠을 자며, 매 순간 생존을 위해 온몸의 감각을 깨어있게 해야 하는 상황. 그 과정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놀라웠다.
몸이 고통스러워하고 저항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살아있음을 느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제거하려 애쓰는 모든 불편함들 - 추위, 더위, 피로, 고통 - 이 사실은 우리를 더 예민하고 강하게 만드는 자극이었다는 깨달음이었다.
내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버스에 편히 앉아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가, 퇴근을 하고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며 잠든다. 이 과정에서 내 몸과 마음이 도전받는 순간은 없다. 지금 당장 북극으로 떠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작은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수 있다. 찬물로 샤워하기, 계단 이용하기,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걸어가기 등은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는 방법일 것이다.
편안함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마치 근육이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듯이, 우리의 적응력과 회복력도 도전받지 않으면 약해진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무한한 편안함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한계, 강인함 등을 잃어버린다.
작은 도전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조금은 힘들어하는 상황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함 속에 녹아내리는 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