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우산 대신 비를 맞으며 걷기. 택시를 타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두 시간 걸어가기. 삼각김밥대신 직접 도시락을 싸기. 카카오톡으로 "사랑해"라고 보내는 대신 손 편지 쓰기.
이런 행동들을 우리는 '낭만적'이라고 부른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낭만은 꽤 '비효율적'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쓰면서도 실질적 결과는 별다를 게 없으니까. 심지어 때로는 더 불편하고 번거롭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낭만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단순히 감성팔이일 뿐일까?
낭만은 어쩌면 과정을 중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느냐를 기억한다. 손 편지를 쓰는 두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상대방을 생각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감정을 글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여긴다. 직접 만든 도시락과 삼각김밥. 편의성과 효율면에서는 압도적인 차이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새벽에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고, 담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도시락을 싸는 사람과 도시락을 받는 사람에게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런 행동들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를 만들어낸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혼자 비를 맞는 것은 사실 아무런 효용이 없어 보인다. 비를 맞는 것을 생각해 보면, 빨래를 해야 하고, 샤워를 해야 한다. 비에 젖은 신발과 양말은 찝찝하기도 하다. 우리는 왜 낭만을 찾아다니는 걸까. 그것이 상징과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은 우산을 쓰고 걷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빗소리, 빗방울의 촉감, 젖은 아스팔트 냄새, 흐릿해진 시야. 이런 감각들은 "비를 피해야 한다"는 당연해 보이는 명제를 벗어나지만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어떤 자연과의 일체감이나 사회적인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목적을 위한 최단 경로를 의도적으로 포기하고 과정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행위'인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삶이 특정한 목적이 없는 것처럼 낭만이라는 것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는 마치 경주마처럼 삶의 목적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니체가 인생이 춤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과정이 더욱 아름답기에 낭만이 그렇게 쓸모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