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이 세 글자만큼 무거운 말이 또 있을까. 처음 이 말을 내뱉었을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마치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동시에 너무 행복해서 울고 싶었다. 사랑은 참 이상한 감정이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명확한 표현이 있는 다른 감정들과 달리, 사랑은 그 경계가 애매하다. "언제부터 사랑했어?"라고 물으면 대부분 정확한 답을 못한다. 어느 순간 그냥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랑의 신호들은 분명히 있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 싶어진다. 평소에 아껴 쓰던 돈도 그 사람 앞에서는 물 쓰듯 한다. 시간도, 에너지도, 관심도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마치 내 인생에 그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동화들의 끝이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인 것처럼 한번 사랑을 하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끼면서 강렬한 도파민을 뿜어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르게 살아왔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두 개의 우주가 합쳐지는 것과 같다. 각자의 태양과 각자의 블랙홀들이 부딪히면서 충돌한다. 조화롭다면 그 자체로 천생연분일지 모르지만, 서로의 블랙홀은 상대방의 행성과 별을 빨아들이고 그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이어진다.
문제는 큰 별들의 충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에 소속된 행성들과 위성은 물론 작은 운석들조차 부딪혀버린다. 그 작은 운석이 없어져도 큰 의미가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때로 사람은 그 운석을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인 양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충돌이 이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고통을 견딘다.
커다란 충돌들이 끝나고 소강상태에 이르게 되면 안정기가 찾아온다. 물론 우주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안정기에도 때때로 충돌들이 발생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안정기가 들어서면서 두 우주를 합칠 만큼 강력했던 중력 또한 약해지기도 한다. 처음에 그 사람만을 위해 쏟아부었던 관심과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분산된다.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미에 빠져든다.
"변했어"
그리고 약해진 중력은 강하게 붙잡았던 두 우주를 팽창하게 만들면서 또 다른 충돌을 만들어낸다. 어쩔 수 없는 모든 사건의 충돌은 결국 '그 충돌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된다. 어떤 충돌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그를 견디지 못하면 "성격 차이"의 이유로 그 우주는 사라진다. 없었던 것처럼 희미한 흔적만을 남긴 채. 어딘가에 남은 크레이터가 그를 증명하지만, 어쩌다 보이는 달의 크레이터처럼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는다면 지나쳐버릴 흔적들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충돌을 견딘 사람들은 서로를 더 극적으로 변화하게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우주의 소멸 여부와는 무관하게 원래의 우주가 갖고 있었던 배열은 변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중력과 충돌로 인해 새롭게 짜인 질서가 본래의 우주였던 척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바뀐 그 질서를 유지하며 또 다른 우주를 맞이할 준비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