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를 있게 한 날.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그날에 의미가 담기니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뭔가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 생긴 느낌이랄까.
생일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달력에서 딱 하나의 날짜인데, 그날만큼은 온 세상이 나를 축하해 주는 것 같다. 물론 착각이라는 걸 안다. 지구는 여전히 돌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고, 나만 혼자서 설렌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라도 기분이 좋다.
어릴 때는 생일이 정말 특별했다. 몇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고, 선물을 뭘 받을지 상상했고,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지 계획했다. 생일 하루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어떤 때는 생일이 하나의 핑계였다. 더 신나게 놀기 위한 핑계. 가장 인간관계가 활발했을 때, 카카오톡의 선물하기가 처음 등장해 친구의 생일에 보내던 택배가 되돌아와 현관을 메우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생일이 점점 무뎌지기도 했다.
아무리 무뎌지더라도 생일 하루만큼은 특별하다. 친구들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며 연락이 온다. 특별히 내색하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친구들의 축하가 이어질 때면 그래도 꽤 나쁘지 않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연락을 하지 않던 친구들의 연락은 어쩌면 그들도 핑계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조용할 때도 있는 카톡의 알림 창이 유난히 밝게 빛나며 평소의 몇 배의 관심을 받는다.
별 다를 것 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데도, 조금 더 기분 좋게 출퇴근을 해야 할 것 같고 특별하게 보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생일이 끝나고 나면 또 일상일 것이다. 자정이 지나는 순간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생일이 끝나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그 하루만큼은 나의 날이다.
이번 생일로서 이제는 뭘 어떻게 해도 30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언젠가 3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성숙함을 더 준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안 온 것을 보면 성숙함은 시간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더 많은 경험이 쌓이고 어른인 척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느낌이다. 어른이 되면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마주해야 할 시간이 왔다. 만이라는 나이로 아직 20대 인척을 했던 순간들도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과연 앞으로의 시간들이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대만큼 스펙터클하진 않아도 잔잔한 즐거움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