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동물.
새로 시작한 취미가 있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겨우 몇 개 코드를 배웠을 뿐인데, 뮤지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객관적으로 보면 서툰 연주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럴듯하게 들린다. 친구들의 사교적 칭찬까지 더해지면 착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몇 달 후 어느 정도 실력이 늘고 나서 처음 연주했던 영상을 다시 보면 민망하다. "내가 이걸 연주라고 했나?" 하지만 그 초기의 착각이 없었다면 기타를 계속 배울 수 있었을까? 아마 첫 주에 포기했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때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회사를 바꿔놓을 거야." 몇 년 경험이 쌓이고 나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순진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있었을까?
반대로 자신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발표를 끝내고 나면 "완전 망했다"고 생각한다. 말을 더듬었고, 중간에 내용이 헷갈렸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며칠 후 동료가 "그때 발표 정말 좋았어"라고 말한다. "뭔 소리야? 나 완전 망쳤는데." 그제서야 깨닫는다. 내가 생각하는 실수들을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이런 과소평가는 때로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직 부족해, 더 열심히 해야 해"라는 생각이 계속 노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될 수도 있다.
착각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착각은 우리 삶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착각은 시작할 용기를 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모든 어려움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 사업은 성공할 거야"라고 믿는다. 통계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창업이 실패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도 시작한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사실을 애써 무시하거나 "우리는 다를 거야"라고 착각한다. 그 착각이 없다면 누가 창업을 하겠는가?
착각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연인들을 보면 서로를 실제보다 더 좋게 본다. 상대방의 단점은 축소해서 보고, 장점은 확대해서 본다. 객관적으로 보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착각을 "사랑의 착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런 착각이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본다면 사랑을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반대로 착각에도 부작용이 있다. 과도한 착각은 현실감각을 잃게 만든다.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무리한 도전을 하게 된다. "나는 특별해"라는 착각에 빠져 위험한 투자를 하거나, 준비 없이 큰 프로젝트에 덤빈다. 그 결과 큰 실패를 겪기도 한다. 반대로 과소평가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라는 생각에 지원도 하지 않고, 도전도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스스로 포기해버린다.
결국 착각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주관적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본다. 중요한 것은 착각과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다. 너무 현실적이면 도전할 용기가 없어지고, 너무 착각에 빠지면 현실감각을 잃는다. 이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내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의 피드백도 중요하다. 혼자서는 자신의 착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신뢰할 만한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착각은 인간적인 것이다. 기계조차도 오차가 있는데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고, 감정은 항상 현실을 왜곡한다. 착각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착각의 기능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작할 때는 조금의 과대평가가 도움이 되고, 실행할 때는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며, 평가할 때는 객관적 시각이 중요하다.
착각은 현실을 왜곡하지만, 때로는 그 왜곡이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