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비하면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 없지는 않다. 온전히 차가운 바람은 아니지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를 흩날린다. 여름에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겨울로 가면서 바람이 더 많이 부는 것 같다. 하긴 여름 바다의 파도 높이가 겨울에 비하면 훨씬 낮은 걸 생각하면 바람에 의한 파도인건 아닐까 싶다.
겨울의 바다는 퍽 조용하다. 여름처럼 파라솔이 깔려 있지도 않고 카페나 조개구이 집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텅 빈 카페나 음식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바다는 여름에 가장 빛난다. 그래도 여전히 바닷가는 북적북적하다. 사람들의 활기를 갈매기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갈매기들이 바닷가를 점령하고 있는데, 여름에는 사람 때문에 오지 못했던 본인들의 영토를 되찾은 것 같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다. 갈매기가 처음부터 많았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10명에 1명꼴로 수많은 갈매기들을 보고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매점에서 새우깡을 사 오기 시작했다. 그 새우깡은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향해 자유의 여신상처럼 쭉 뻗어져 있으면 갈매기들이 하나 둘 와서 새우깡을 물어갔다. 아마 그걸로 배가 차진 않겠지만 우리가 디저트를 먹듯 그들도 간식으로 먹는 게 아닐까?
또 한 가지 겨울 바다의 특이한 점은 모래를 덮어둔 하얀 천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여름에 비해 들어가는 사람들이 없으니 혹시나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런 편의적인 부분보다는 강한 바람에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위함이었다. 여름과는 달리 겨울에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면서 모래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모래가 없어지게 된다면 해수욕장은 마비되고 그 모래를 채우기 위해 모래를 사서 추가로 예산을 들이는 것보다 훨씬 쌀 것이다.
이런 모습을 뒤로한 채 비로소 바다를 구경한다. 여름과 별 다를 것 없는 달에 의한 움직임 이것만 더 조용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다. 여름의 바다는 돌고래같이 활기차고 얕고 언제든 같이 놀 수 있는 바다였다면 겨울의 바다는 고래들이 움직이는 것 같이 묵직해 함부로 같이 놀자고 들어갔다간 거대한 자연에 압도당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것 같은 움직임처럼 보였다. 바닷가에서 부는 강한 바람은 그 전조를 알려주듯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밤이었다면 더더욱 뭔지 모를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겨울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삿포로 여행 속 어떤 장면에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나의 눈에 비친 것은 눈이 내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서핑을 하고 있는 어떤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스쳐 지나가듯 보였던 장면이지만 삿포로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 중 하나였다. 아무도 없는 고독한 겨울 바다의 파도 위에 서핑보드 하나에 의지하여 겨울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겨울에 나는 서핑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주 초보였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진짜 서핑은 겨울에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겨울의 파도가 더 높고 강해 파도를 타기 더 좋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비록 한 번도 파도를 타지는 못했지만 서핑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견딜만한 겨울의 바다 위에서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일어서려 한 시절을 추억한다. 성공 여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번 시도를 한 이상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핑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면 삿포로의 그 아저씨처럼 겨울의 한가운데에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