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by 거의모든것의리뷰

페이스 : 1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 6분 페이스는 10km를 한 시간 동안 달릴 수 있다. 6분 페이스는 누구나 연습하면 달릴 수 있는 정도.


공원을 뛰기로 했다. 손톱달이 떠오른 여유로운 밤의 끝자락이었다. 5분만 더 나오는 것이 지체되었더라면 아마 나오지 않았을 시간 10시. 1시간 동안 뛰면 되겠다.


집에서부터 공원까지 약 5분의 시간 동안도 뛰었다. 어차피 뛸 거면 빨리 뛰는 게 낫지. 내가 뛰는 이유는 살을 빼기 위해서이다. 겨울잠을 자기 위한 축적은 결단코 없었다. 오래 앉아서 일을 하는 탓인지, 밥을 조금 더 많이 먹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몸이 불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제쳐가며 숨이 차오른 이후에도 뛰었다. 페이스 6:00 늦었다. 4.5km를 뛰는데 27분 정도가 걸렸으니 그리 빠른 뜀박질은 아니었다. 아쉬웠다. 더 빨리 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는 더 빨리 뛰어봐야지. 더 오래 뛸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릎이 아파오는 것은 더 이상 무리해서 뛰지 말라는 신호였다.


아쉬운 밤하늘에 거친 숨이 맺혀 올라가는 것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며 달리느라 제쳐왔던 사람들이 나를 지나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연인들과 함께 걸으면서, 천천히 뛰면서, 강아지를 안고 걸으면서 저마다의 속도로 같은 공원을 돌고 있었다. 누군가가 여전히 달리고 있는 트랙의 한쪽 의자에서 그들을 멍하니 바라봤을 때 각자의 페이스로 여전히 열심히 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게 전부가 아니었을까. 각자의 페이스대로 돌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공원의 존재의의이자 우리가 공원을 찾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여기는 대회가 아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경쟁 상대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마라톤도 경쟁 상대가 있긴 한가? 나는 메달을 따러 나가는 것도 아닌데?


내 멋대로 달리면 되었다. 사실 나의 과거는 참고사항일 뿐 내 직접적인 경쟁자도 아니었다. 풋살을 밥먹듯이 했던 그 시절의 체력과 지금의 체력이 같을 수는 없었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기면 되었다. 하지만 자꾸 뛰려고 했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지금의 페이스는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느리게 달리던, 빠르게 달리던 그게 중요할까 지금 뛴다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뛰는 것 자체를 칭찬하고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었던 여유도 줄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행복했을까.






작가의 이전글자유와 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