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건전하다 : 참되고 바르다. 또는, 도덕적인 상태에 있다.
어느 날, 술을 거의 먹지 않고 "건전하게" 놀았다. 문득 건전하다는 단어에 꽂혔다.
1. 술
건전하다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술이다. 술을 마시는 행위가 건전하지 않은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평소에는 잘 잠그고 있던 공격성이나 본능적인 행동들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이 숨겨진 모습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모든 이성의 자물쇠가 스르르 풀리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잘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기분 좋은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술로 인한 어떤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술을 들이붓는 수준까지 되어야 하는데, 학습을 통해 들이붓는 알코올이 만드는 '현타'와 '숙취'는 그를 조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자체가 이성의 자물쇠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명백하고, 그 자물쇠가 아무런 저항 없이 너무나 쉽게 열리는 사람들, 서울 밤거리의 휘청거리는 그들의 모습, sns에 올라오는 새벽 거리에 술에 취한 이들의 만행, 혹은 누군가가 남겨둔 흔적과 비둘기들의 모습을 보면 눈썹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충분하다. 썩 건전하지는 않아 보인다.
2. 운동
건전한다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만 보며 앉아있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몸을 움직임으로서 생명력을 회복한다.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꾸준히 헬스를 하는 사람들, 취미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평소에 갖고 있던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털어버린다. 스트레스, 노폐물 등이 빠져나가는 듯, 운동은 확실히 막상 할 때는 힘들긴 하지만 끝나기만 하면 기분도 좋아질뿐더러 상쾌한 느낌이 있다.
더 많은 노력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그것들은 무언가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한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건, 적어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
3. 게임
가장 애매하다. 건전의 경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한 이것은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건전과 불건전을 넘나 든다.
아마 밤새 게임을 하고 다음날 피폐해진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게임을 할 때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르는 누군가에게 숨겨왔던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은 마치 술을 왕창 마시고 숙취에 절어있거나 술에 취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 때는 불건전한 게임이 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협동을 하며 온라인에서도 사회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의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친구들과 만나 같이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건전한 게임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게임의 불건전함에 주로 집중을 했다. 학창 시절에 많이 들었던 말은 게임 중독, 게임으로 인한 폭력성 등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고, 게임을 좋아하는 부모님은 없었다. 공부와 대척점에서 집중력의 총량이 있다면 그 집중력을 빼앗고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의 사회성은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였다. 반면 최근에는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페이커'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등장하면서 게임에 대한 시선이 스포츠의 하나로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게임 역시 하나의 평범한 놀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외에도 여러 개의 아이템이 있다. 독서, 영화, 전시회 가기 등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람마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의 건전 여부를 판단하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의 조절이다. 술, 게임은 물론이고 운동도 조절이 필요하다. 술을 과도하게 많이 마시거나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자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건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운동의 본질 -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행위 - 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술을 마시더라도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 채 좋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용기를 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적당함은 아주 예민한 시소 같아서 "조금만 더"라는 단어에 취약하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조절이 건전함을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