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권력의 역사

순환되는 권력

by 거의모든것의리뷰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지만 법이 아닌 것들 앞에서는 그다지 평등하진 않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를 권력이라고 부른다. 인간에게 태성적으로 주어진 힘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지만 권력은 타인까지 그 범위를 넓히게 만든다. 어떤 조직에서의 권력은 해당 조직에 속한 조직원들의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는데,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국가의 권력을 가지고 있던 엘리트층이다.


권력의 시초가 뭘까?


드넓은 들판, 푸른 하늘의 한가운데 돌도끼 하나를 든 원시인이 되어보자


토끼도 잡고 작은 동물들은 잡을 수 있지만 가끔 마주치는 늑대와 사자는 이길 수 없는 존재들이다. 밤마다 작은 위협에 소스라치는 것도 이제는 질린다. 불침번을 번갈아 설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인간은 안전을 위해 무리를 지어 생활하게 되었다.


무리를 만들고 보니 너무 다양한 의견들 때문에 어디서 잘지, 누가 불침번을 설지, 정찰을 어떻게 할지 너무 오래걸린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 항상 옳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말을 가끔 비웃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의 말이 거의 맞았고 우리는 점점 그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따르다보니, 너무 편했다. 그가 우리를 배부르게 만들어줬고 먹을 곳이 많은 곳으로 인도해줬고 사나운 동물들이 없는 곳으로 인도해줬다. 우리는 그의 말이라면 무슨 일이든 따랐다. 가끔 그가 장난을 치더라도 그게 장난인지 생각하기보다 따르는게 더 마음이 편했다.


내가 죽을 때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그의 말을 따르면 살아남는다"


무리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무리들이 생겼고 그들은 리더를 갖고 있었다. 그중 진짜 훌륭한 리더를 가진 무리는 살아남았을 테고 그렇지 못한 리더를 지닌 무리는 사냥을 하지 못했거나, 적절한 쉼터를 마련하지 못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남은 무리들은 번성하여 규모가 커지게 되고 리더의 덕으로 번성한 무리들은 리더에게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권리를 부여했다. 리더가 힘을 가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무리들의 팽창은 다른 무리들을 만나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하면서 단군신화처럼 곰을 믿는 부족들과 호랑이를 믿는 부족의 통합과 함께 하나의 나라와 조직을 만들게 되는 규모를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 흡수되면서 관리를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조직관리가 필요했을 테고 권력을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초기에는 몇 사람의 주도하에 국가가 만들어졌을 테고 그들을 따르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몇 사람은 개국공신이 되었다. 마치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하면서 함께 시작한 초기 멤버들이 스톡옵션을 받고 이익을 남기거나 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처럼. 마치 기업의 주인이 그 자손들에게 넘어가는 것처럼 옛날의 국가들도 자연스레 그 방향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항상 순탄하진 않았을 것이다. 조직을 뒤흔들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세력도 있었을 테고 역병이 돌아 커다란 위협이 생기기도 했을 것이다. 코로나가 확산되었을 때, 9시 이후에 모임이 금지된 것처럼 어떤 위협하에서 어떤 규칙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려고 했다면 개인이 사병을 갖고 집안에 무기를 갖는 것이 금지되었을 것이다. 이런 위협 속에서 시스템이 유지되길 바라며 자연스레 점점 더 보수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것처럼 더 적은 리스크를 지면서도 더 적은 책임과 더 많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 훌륭한 리더들의 자손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재벌 2세로 태어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이 정말 회사를 사랑해서 일을 하고 싶을까? 어렸을 적 누렸던 권리만이 유일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치우지 않은 방의 구석에서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부터 썩어 들어간다. 눈에 닿지 않는 지방에서부터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 썩어 들어가는 것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썩은 것을 보면서 차마 그를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어떤 이들은 치우기 위한 목소리를 낸다. 때로는 잔소리가 되어 권력자에게 닿지만 때로는 그마저 닿지 않을 때, 칼을 든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기존의 부정부패를 도려내기 원한다. 그 수술이 성공하면 혁명이 되고 reset 이 되고 기존과 새로운 제도들을 들여온다. 이는 기존의 것들을 부정함으로써 정당성을 획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세금 감면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의 이점을 통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고려가 세워졌다. 수술이 실패하면 반란이라는 이름과 함께 상황이 나아지지 않거나, 때로는 그들을 달래기 위해 더 포용적인 정책을 취하기도 한다.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했지만 명목적인 신분제 폐지 등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한번 실패했다고 끝이 아니다. 대내외적 도전은 반복되고 권력은 순환한다.


이 권력을 위한 사투는 지금도 계속된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말이다. 민주주의와 헌법은 안정적으로 그 권력의 주기가 순환할 수 있게 만든다. 5년마다 돌아오는 최고 권력자에 대한 선거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선거는 일정 기간 동안 그들에게 힘을 이양하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하며 총칼이 없이도 국가의 부패된 시스템을 개선하며 수술을 하지 않고도 국가에 약을 처방하고 불만을 잠재울 정책들을 낼 수 있게 만든다. 사실 천년가까이 유지된 신라가 있는 한 갓 도입된 민주주의가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 명확하지는 않다. 이미 그리스에서 한번 실패이력이 있는 민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마구잡이 포퓰리즘으로 부도가 난 그리스와 아르헨티나가 있다. 알고리즘은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의 토끼굴로 사람들을 빠뜨리고 있다. 정치인들은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표를 얻기 위해 햄버거를 뿌리듯 공(空) 약을 남발한다.


이런 체제의 위협 속에서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를 알고 있다는 점이고, 실패 이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테네에서의 역사,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경우를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나라들이 행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보면서 그들의 정책과 정치를 배울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배우려 하는가다.


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다. 정치를 알고 정책들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단순히 승리가 중요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걸린 베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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