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싶다.
월요일
알람이 울린다. 평소보다 5분 일찍 맞춰뒀지만 소용없다. 이미 10분째 천장을 보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의 공기는 다르다. 차갑고, 무겁고, 조금 억울하다. 주말 내내 충전했는데 왜 이렇게 방전된 채로 일어나는 걸까. 생각해보면 주말 내내 놀았는데 어떻게 충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거지? 오히려 금요일까지 충전을 하는건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이 유독 붐빈다. 주말 동안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사람들이 섞이는 탓인지, 월요일의 출근길은 언제나 전쟁이다. 차는 막히고, 플랫폼은 좁고, 모두의 표정이 한결같이 납덩이처럼 무겁다. 이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기묘하게 느껴진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지옥의 문을 열어제끼는 것 같다. 일주일을 어떻게 버티나. 이번 주 회의가 몇 개였지. 아직 마무리 못한 그 보고서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미 지쳐있다.
수요일
수요일 아침의 출근길은 묘하게 조용하다. 월요일의 비장함도, 금요일의 설렘도 없다. 그냥 간다. 이유도 없이, 기대도 없이.
그나마 수요일이다. 월요일의 공포는 사라졌지만 아직 중간이다. 딱 중간, 어정쩡한 자리. 그래서인지 수요일 오전엔 묘한 감정이 찾아온다. 오늘쯤 딱 한 번 쉬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언젠가 수요일에 연차를 낸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쉬고 싶어서. 화요일 저녁에 반차 신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이미 기분이 달라졌다. 수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간에 카페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때 확신했다. 주 4일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단순히 하루를 더 쉬는 게 아니라, 주중에 숨 한 번 고를 수 있는 여백의 문제다. 수요일의 연차가 그토록 달콤했던 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사람에게 조금 가혹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금요일
출근했지만 이미 마음은 반쯤 퇴근해 있다. 저녁에 약속이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오늘 하루는 다르다.
아침부터 기분이 가볍다. 같은 지하철, 같은 자리, 같은 출근길인데 풍경이 달라 보인다. 월요일에는 납덩이처럼 느껴지던 사람들의 표정도, 금요일엔 어딘가 조금 풀려있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오늘만 버티면 된다는 걸.
점심을 먹고 나면 거의 다 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실제로 오후 업무가 남아있지만 상관없다. 마음속 달력엔 이미 토요일이 펼쳐져 있다. 오후 회의도, 퇴근 전 쏟아지는 메신저도 오늘만큼은 덜 거슬린다. 기분 좋게 모두와 주말 잘 보내라고 메신저를 마무리한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웬만한 건 견딜 수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 같은 회사 문. 하지만 월요일의 그 문과 금요일의 그 문은 전혀 다른 문이다.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나의 기분뿐이다. 결국 세상 모든 하루는 달력이 아니라 내 마음이 결정한다. 월요일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도, 금요일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전부 나다. 출근길 위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