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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Nov 06. 2023

사과

방법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크게 안되었을 텐데..." 

이런 대사는, 현실에서 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시작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

어떤 행위든 마찬가지로 시작이 가장 어려운데, 특히 사과의 시작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잘못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추후의 명백한 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사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잘잘못을 따지는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갔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 등으로 인한 사과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기 마련이다. 그 어떤 사람도 사과를 할 때만은 MBTI의 N 이 되어 별별 상상을 다하면서 사과를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은 상상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다. 한 번의 잘못으로 여태까지 쌓은 신뢰의 탑이 무너지진 않을까, 꽤나 단단하게 관계를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모래성은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은 사과를 조금 더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사과의 시작인, 잘못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과의 두 번째 단계는 잘못에 대한 후회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 일을 후회한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길의 시작이다. 후회를 표현함으로써 관계를 그르칠 의도가 없었음을, 관계가 그르쳐질 줄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임을 말하며 관계 유지를 원하고 있는 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관계의 끝일 수도 있겠지만, 사과를 위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니 말이다. 후회를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상대방의 서운함, 마음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 이때부터는 말하기보다 듣기가 한층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개선된 방향에 대해, 책임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계로 사과의 마무리로 나아간다. 단 책임 방법에 대해서, 금전적 보상도 있겠지만 그 책임을 처벌로만 이야기하게 된다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사과를 통한 관계 회복은 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방안을 서로 모색하며 두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방향으로의 책임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가해자의 처벌을 통한 책임은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회복과는 보통 무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잦은 지각으로 약속 시간을 어기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친구가 사과를 했을 때, "잘못했으니까 한 대만 마자" 와 같은 처벌은 실제로 시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게 된 피해자의 피해 자체에 대한 회복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 그보다 "앞으로 너랑 가까운 곳에서 만나도록 하겠다." 같은 시간의 보상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 피해 회복에 더 근본적인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과에 대해 작성을 하려고 시작하면서 쉽게 써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과는 쉽지 않았다. 사과를 하는 방법과 사과를 했을 때도 하는 방식에 따라 단어 선택에 따라 어렸을 땐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경험들도 있었다. 사과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모르는 것의 차이에 따라 상대방이 수용 가능성 여부도 달라질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말을 잘해야 한다기 보다, 상대방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진심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관계 회복을 위한, 제대로 된 사과를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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