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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Nov 02. 2023

병원

이비인후과

이비인후과, 옛날에는 이빈후과인줄 알았던 환절기가 되면 종종 찾아가는 병원이 있다. 비염도 있었고 감기도 종종 걸렸었다. 오랜만에라고 하기엔 언제 이곳을 방문했는지 따로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아마 독감이 걸렸을 그 쯤이었던 것 같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의 공백 속 언젠가 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염이라는 끊이지 않은 병마와 투닥질을 할때 정말 많이 고생했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비염이 심한편이 아니라 그렇게 많은 고생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이번 병원 방문은 아마, 늦게까지 술을 마신대다 노래방도 간채로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몸을 써서 그런것으로 추정된다. 운동하고 놀때는 괜찮은데 꼭 다음날 무언가 좋지않은 기운이 따라온다. 이른 새벽 목의 아픔과 함께 깨어나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쉽지 않은 목감기가 왔구나 깨달았다.

다행이도 빡센 약속도 없고, 연휴기간이라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말처럼 쉬이 제 컨디션을 찾아가지 못했다. 이에 아침, 병원이 오전진료만 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계절을 약간 앞서가는 털달린 후드와 어울리진 않는 쪼리를 신고 집을 나서 병원에 도착한 나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환자들의 마지막 기다림이 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각기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었다. 전광판에 하나씩 줄어드는 이름들을 바라보며 언제 나의 이름이 가장 윗줄에 닿을까 세어보며 괜히 무빙을 다 보고 병원에 왔다는 약간의 후회와 더불어 유튜브를 킨다. 딱히 이럴려고 남겨둔건 아니었는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새로운 영상들 속으로 데려간다. 구독을 눌렀던 채널들의 새로운 영상들을 바라보다 언듯 재미없어보이는 영상과 마주하고,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보자 기가막히게도 나의 이름이 맨윗줄에 닿아있었고 곧 이름이 불릴 준비와 함께 이어폰을 주섬주섬 집어넣는다.

나의 이름이 불리고 들어간 진료실엔 환자가 너무 많아 급히 나오신것 같은 의사선생님이 앉아계신다. 어느 순간 전광판의 이름이 두줄로 나뉘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예, 콧물 기침 목아픔이죠?"

소아과 전문의라서 그런건지 원래 그러신건지 모르겠다만 매우 부드러운 말투와 함께 진료가 시작된다.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나와요... 아 그리고 귀가 아프던데요"

"네 한번 볼게요 아ㅏㅏㅏ"

목과 코 귀를 한번씩 들여다본다. 아마 선생님껜 아주 익숙한 모습들이 또 다시 보여졌을 것이다. 

"목이 빨갛네요, 중이염이 있었어요?" 

"중이염이 뭔지 몰라서... 없었지 얺을까요?, 목은  원래 빨갛지 않나요..?"

"아 원래 분홍색이에요, 약 4일치 드릴게요"

약 3분간의 진료 끝에 별다른 특이사항 없는 감기로 판명이 낫다. 중이염이 뭔지는 모르지만 약 먹으면 낫겠지...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약간 지나가 있었고, 같은 병원 같은 약국을 찾은 사람들과 함께 또 한번의 약간의 기다림을 갖는다. 약국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따로 파는 약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약도 있었다. 한약이 맞나? 봉지는 한약이었는데 한약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밥을 먹고 먹으라는 약사 선생님의 당부와 함께 드디어 집으로 다시 귀환한다.

하루면 되겠지 하는 내일이면 터질 부푼 희망을 안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선언한다. 아마 잠을 자면 나을것이다. 꿈 속에서는. 현실에선 글쎄, 얼마나 더 지나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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