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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Mar 25. 2024

계획 실패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주 근사한 계획을 짜주고 내일부터 하게 하라


계획이 내일부터 실행되는 한 영원한 내일을 반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무엇이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에는


위의 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이 세상은 아주 아름답거나, 아주 지랄맞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를 취하고 있겠지만 수많은 계획들의 충돌로 인한 그저 그런, 아니 내 계획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 만들어졌다.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상쾌한 마음으로 샐러드를 점심으로 해결한 뒤 저녁을 굶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이런, 오늘이 소고기 회식이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회식에 가서 차마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소고기의 향기와 다른 사람들의 이루 말할 수 없어 보이는 행복감에 굴복된 나는 또 한 번 다이어트를 '내일부터' 한다고 마음을 먹는다. 


취업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자소서를 쓰려고 했다. 내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책을 챙겨 꾀죄죄한 모습으로 도서관에 도착했지만 정기휴무일이었다. 이 정도면 신이 공부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피시방으로 향한다. 


이건 계획에 대한 얼까가 아니냐고? 아닐걸? 기억들을 더듬어 꽤 오래전까지 가보자, 물론 대부분의 계획들이 성공적이었던 아주 훌륭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계획들이 단순히 '의지' 때문에 흐트러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수많은 외부 환경들이 나의 계획을 온전하지 못하게 망쳐버렸을 때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그 의지가 외부 환경을 뚫고 그 빛을 발했겠지만 많은 계획들이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문에 따르면 J 들은 계획을 세울 때 1안부 터 3안까지 계획을 세워둔다고 하지만 EXTREMELY BIG J 가 아닌 이상은, 보통 1가지 계획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질 경우 유연하게 대처하기보단 -해외여행을 간다면 다른 후보지를 찾겠지만 - 다음을 기약하는 등 미루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무한해 보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를 탓하겠지만 현재의 나는 할 수 없는걸? 게다가 그것이 당장 납기가 있어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우리는 자신에게 너그러움을 선사하며 무한한 미래의 시간을 수여한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온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나와, 나의 계획들은 분명히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조류를 만나 다른 곳으로 흘러간 건지, 가라앉았는지 모른 채로 그 계획의 존재조차 희미해지다 잊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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