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의 회색에 대하여
선악과는 성경에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열매로 나타나면서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있었을 때 신이 낙원에서 유일하게 먹지 말라는 열매였지만 뱀의 꼬드김에 넘어간 인간들은 선악과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나게 된다.
선과 악이 구분되게 되었고, 우리의 사회는 다양한 기준을 정하면서 선과 악에 대한 보상과 처벌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회를, 공동체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선악과의 열매는 '법'으로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고, 수많은 법규와 규칙들이 선과 악을 규정 ( 보통 악만) 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0과 1처럼,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면 좋겠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회색 지대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변호사가 있으며 그 회색 지대 위에서 어떤 명도를 갖고 있는지 서로의 명도를 비교하다가 흰색과 검은색으로 판사의 재량과 판례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판사의 모든 결정이 명명백백하면 좋겠지만 그들 역시 '사람'인지라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간 사람이라 그의 가치관과 성장 과정에 따라서 그 재량과 성향에 따라 형량이 요동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부자들, 힘 있는 자들 중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제대로 벌을 받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그를 합법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처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베테랑', '비질란테' 등의 영화와 드라마가 등장한다.
영화들과 만화들의 대부분의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어려운 난관들을 해치고 마침내 마주한 '악당'들과 그들이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실제 사회도 이랬으면 하고 기대하지만 그것이 항상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특히 이런 영화들에서 특히 고민거리로 나오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불법으로 불법을 응징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당화가 가능한가?'
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이고, 어디서부터 안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된다. '악으로 선을 행한다.'라는 과연 어디까지, 어디서부터 적용될 수 있을까?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