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거하게 마시고 신촌에서 2호선을 타고 잠이들면, 다시 신촌으로 돌아왔다.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진다.
봄여름 가을 겨울, 꽤 긴 시간이지만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돈다.
돌고 돌고 또 돌다가 멈춰야 할 것 같지만 멈추지 않고 우리가 알지만 경험하지 못할 그 억겁의 시간 동안 계속 돌고, 돌고 돌다가 태양의 핵융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다가오면 태양의 마지막 발악과 함께 지구는 태양에 삼켜지고 그 순환의 고리가 끝날 것이다.
자연에서만 그 순환의 고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스템 내에서도 여전히 잘 작동한다.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방면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이다. 무려 1000년의 수도를 가진 로마 제국, 중국의 당나라,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 대영제국 외에도 우리나라의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몇백 년을 이어온 국가들이 세워지고, 꽃이 피고, 망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항상 반복되어 왔다.
경제는 자본주의가 시작되고 사이클이라는 말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항상 좋았던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10년마다 발발하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예측 가능했던 아주 큰 경제적 위기를 맞이했다. 97년 IMF, 08 리먼 브라더스, 19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들과 주식 시장의 등락들은, 30년에는 주식투자를 하지 말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국가적 경제뿐 아니라 현대 AI 시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경기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30년 전의 사진이 담겨있는 옛날의 옷들을 바라보면 지금의 패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듯 유행은 돌고 돌아 새로운, 익숙한 방식의 옷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혹은 패션 업게의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계획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역사를 통해 배우고 대비하고 나아갈 수 있다.
자연의 일부로써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한 가운데 커다란 굴레 안에서 똑같은 나날들을 살아가는 것 같다. 워ㅓㅓㅓㅓㅓㅓㄹ화ㅏㅏㅏ수ㅜㅜㅜ목ㄱ금토일의 일주일을 반복하며, 주말이 오기만을 반복하며 불금과 아쉬운 일요일의 밤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마음으로 맞이하지만 아등바등 조금이라도 더 잘 굴려보겠다고 애를 쓴다. 모든 순환의 순간을 맞이할 때에도 각기 다른 마음으로 맞이한다. 그렇게 맞이하는 매년 봄, 매년 보는 벚꽃에 아름다워하며 보러 간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