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개의 월요일을 거치고 나서야 피는 벚꽃, 딱 2개의 월요일 조금 더 운이 좋다면 3개의 월요일이 지나갈 때만 구경할 수 있다. 벚꽃이 은근슬쩍 고개를 내밀어 간을 볼 때가 아닌, 모든 벚꽃이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며 만개했을 때 최고점의 벚꽃이 유지되는 기간은 단 하나의 월요일도 거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만개의 날들에 펼쳐져 있는 벚꽃 나무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안양천,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 벚꽃의 명소라고 불리는 곳들은 이렇게나 벚꽃나무가 많았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며 가을의 그 많은 은행나무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건지, 벚꽃의 연분홍과 하얀색이 오묘하게 섞인 그 색깔이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게 나의 눈을 막고 있는 건가?
끝없이 펼쳐지는 벚꽃들은 바람이 한번 불때마다 파란 하늘길을 장식하는 화동의 손놀림이 되어 아기자기한 꽃잎들이 휘날리게 된다.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왜 이 시즌만 되면 그렇게 음악차트를 역주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노래보다 그 꽃들을, 흩날리는 벚꽃잎에 적당한 멜로디를 붙여준 곡이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길은 파란 하늘의 양 끝에 펼쳐진 분홍색 커튼처럼 그 길가를 조명하지만 어떤 길은 유서 깊은 벚꽃나무들이 나이를 충분히 먹어 분홍색 하늘길을 만들어버린다. 너무나 얇은 그 꽃잎의 탓인지, 하늘을 뒤덮은 분홍색의 잎들은 햇빛을 가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운이 좋은 한순간 생애 최초로 고개를 든 채 윤슬을 볼 수 있었다.
벚꽃이 메인인지, 사람이 메인인지는 모를 사진들을 찍고, 떨어져 있는 꽃잎들을 모아 사진을 찍기 전 머리 위로, 흩뿌리며 꽃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진다. 나무 나무마다 한 명씩 붙어있는 사람들은 꽤나 많은 사진을 찍으며 만약 벚꽃나무가 충분히 많지 않았다면, 어쩌면 사진 줄이 생겼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는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오랜만에, 끊기지 않은, 웃음 짓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날씨가 참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