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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Nov 26. 2023

코인노래방의 목적

거의 모든것의 리뷰

잠깐 시간이 남을 때, 뭘 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한 30분 pc 방을 가기에는 너무 짧고 마냥 앉아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에 코인노래방은 바깥세상의 풍파에서 스스로를 지키기에 아주 좋은 피난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항온과 습도를 유지해 주는 곳, 카페를 가기엔 너무 잠깐의 시간이라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조차 애매한 그 애매함을 애매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페보다 적지만 번화가라면 어디에나 꼭 하나씩 있는 코노는 꽤 아늑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혹은 스트레스가 쌓여있을 때 해소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주 괜찮은 방음을 요하는 곳이라 층간소음을 걱정하거나 집에 가족이 같이 살 때 혼자 끙끙 앓지 않고도 쌓였던 숨을 토해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 숨이 터지고 올라가지도 않은 음의 겨우 부르고 나면 힘들어서 이전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내뱉은 숨과 함께 그동안 참았던 한숨이 공기 중에 흩어져간다. 도시의 개발로 대나무 숲이 없어진 지금, 익명의 인터넷에 올리기엔 글솜씨가 없는 사람에게 당장 쌓인 화를 신나게 풀어낼 수 있는 곳이다.


 친구들끼리 밥을 먹고 2차를 가기 전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도 간다. 옛날에는 당구장도 종종 갔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그보다 코노가 더 많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 코인노래방을 가기도 한다. 2차를 가기 전 아직 완전히 취하기 전 배부름을 잠깐 꺼뜨리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보통 친구들끼리 돌아가면서 해서 굳이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어차피 순서가 돌아와 아무거나 불러도 뭐, 상관없는듯하다. 정식으로 거하게 취하고 노래방을 가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타이밍도 아니겠다, 평소에 듣던 노래를 부르면 재미있기도 하고 가수의 대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데이트를 하러 가기도 한다. 영화를 보기 전 시간이 남거나 밥을 먹고 배부르거나, 모든 날 모든 순간 가기에 어렵지 않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노래에 자신이 없으면 안 간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가더라도 혼자만 부르면 별로 가고 싶지 않기도 할 때도 있어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불러주거나 달달한 노래를 불러주면 좋아할지도? 


혼자 센티해질 때도 발걸음을 옮긴다. 헤어지거나 싸웠거나, 공부를 해서 힘들거나 괜히 가을이 찾아와 마음을 허하게 만들거나 봄의 살랑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할 때 혼자 가서 그런 종류의 노래를 부르면 미쳐 널뛰는 감정의 파도의 에너지를 불러 없애는 듯 감정을 조금 더 다스릴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적은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잘못하면 감정의 파도가 더 심해져 이성을 잡아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래봐서 실제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코노의 시설이 꼭 같은 게 아니라 코노마다 가격도 기계도 달라서 아주 싼 곳은 기계가 안 좋을지도 모른다. 노래를 할 때 마이크의 도움이 꼭 필요한 편이라, 집 근처에서는 항상 가는 곳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타지에 갈 때는 랜덤일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긴 하다. 그나마 집 근처는 감당할만한 가격인데, 강남은 다른 것도 비싸긴 하지만 코노는 특히 비싼 거 같기도 해서 차라리 카페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기도 하고, 나중에 하나 인수해서 돈 안 내고 가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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