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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모든것의리뷰 Apr 17. 2024

표상과 본질

최근 유튜브에서 영상 중에 요즘 세대 소위 MZ 들이 '회식을 할 바에 돈으로 달라'라고 한다는 풍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보았다. 유튜버 역시 MZ는 아니었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말에 웃음을 자아냈다. 인당 5만 원의 회식비가 지급되는 회사가 3만 원씩 회식비 대용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돈도 아끼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다. '회식'의 목적이 조직력 강화를 위해 같이 밥을 먹는다에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나타내기 위한 말과 글, 그리고 그들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들은 수단이 된다. 꼭 언어 외에도 누군가는 음악, 미술 등 자신의 마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표현들에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그 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외국인과 소통을 할 때 나타나는 언어적인 한계가 있다. 같은 한국어라도 맥락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있을 수도 있고, 문화적 맥락인 '밈'에서 나오는 다양한 표현 속에서 나오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그 진짜 하고 싶었던 말, 본질에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지 소통의 문제에서만이 아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능 국어 문제들, 영어 문제들의 대부분이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 것은 같은 말이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자체보다 맥락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아니 종종 그 본질보다는 표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 등장했던 회식을 예로 들면, 회식은 같이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 회사라는 공간에서 쉽게 할 수 없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조직이 조직으로서 하나의 목적을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맛있는 것을 먹으며 격려하는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회식' 자체에 집중해서 꼭 모여서 밥과 술을 먹으면서 불편한 분위기를 이어간다던가 일 이야기를 하는 등은 그 목적에서 벗어나 회식을 기피하는 연례행사가 되면 안 된다. 혹은, 영화나 공연, 스포츠를 같이 보러 가면서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회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관점을 보다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 유명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셔 웨이의 투자하는 방법은 내재가치를 계산하여 현 주가가 저평가 되어있는지를 판단하고 매수하면서 승승장구하는 헤지펀드 회사나 되었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주식을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관점 역시 해당 회사들의 본질, 그들이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물론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역시, 어떻게 하면 더 잘 먹고 잘 살수 있는가?에 대한 현재까지의 최선의 답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민주주의는 적어도 이론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세워진 정치체제로 과거의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냈다. 단순히 보수와 진보 두 진영 간의 진영논리가 아닌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를 택하고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채택하고 이어나가고 있는 체제이다.

표상만을 바라보는 오류에 빠질 때의 위험성은 가장 많이 하는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매우 쉽다. 

  다이어트는 몸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를 오로지 몸무게로 생각을 한다면 몸무게는 10kg 이 빠질 수는 있어도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무리하게 밥을 먹지 않거나 적당한 밸런스의 영양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거식증이나 심각하면 영양실조와 같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인 어느 순간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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