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퇴근길... 막히는 길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조금은 이른 퇴근길, 도심의 한가운데 버스 안에 갇혀 잠을 청하고 있을 때 별안간 들리는 커다란 경적 소리가 잠을 깨운다. "빠아아 앙~" 하는 소리는 하나의 트리거가 되었는지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가 메아리치듯이 화답하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소리로 메꾼다. 누군가가 경적을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경적소리는 차가 막히는 것에 대한 짜증이 점점 쌓이다 경적 소리 한 번에 경적소리가 그 한계까지 스트레스 지수를 끌어올린 것 같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길게 늘어지는 경적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바삐 걷는 사람들의 눈에 띄는 차 한 대가 보인다. 검정과 회색 사이, suv 차량 한 대가 좌회전을 하다가 이미 많은 차선에 끼여 들어가려다 보니 어정쩡하게 들어가지도 못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른 차량들의 길을 막아버렸다. 천천히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고는 있었지만 저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노란색 신호등에도 길을 건너려는 찰나의 욕심이 다른 차가 갈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다고 볼 수 있다. 사거리 한가운데에 이도저도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차 한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 얼른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운전자의 마음은 어떠할까 수많은 차들의 분노의 시선을 받을만하다고 느낄까, 억울하다고 느낄까? 알 수 없지만 길이 열리자마자 황급하게 운전하는 차를 보니, 그게 무엇이든 빨리 가야 한다고 느꼈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적 자체는 좋지 않은 시작의 조짐이다. 길든 짧든, 경적소리 자체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짜증을 유발한다. 경적이 울린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짜증의 한도를 넘어섰다는 의미가 경적 대상자의 범인이 누군지 주위의 모든 이들이 탐정이 되어 색출한다. 자칫 별것도 아닌 일로 경적을 울린다면 억울한 당사자의 맞대응이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면 팝콘을 꺼내먹을 시간이 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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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곧 차들이 움직인다. 아직은 정체가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소음이 잦아들고 차들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싸움이라도 날 것만 같은 소음들의 향연이었는데, 아마도 집, 서로 다른 목적지로 바쁘게 향하는 차들의 시선은 앞만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 또 다른 경적이 울릴지도 모르지만, 또 한 번 짜증을 유발할지 모르지만 고통의 시간은 기껏해야 1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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