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

언어 : 생각의 한계

by 거의모든것의리뷰

어느 날, 소개팅을 해주던 중,

어떤 사람이야? 에 대한 대답의 일부는 '잘 살아'였다.

말해놓고 나니 이상하다. '잘 산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거나 모자람 없이 자라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그것이 '잘 산다'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이라는 글자는 대게 상황을 긍정적으로 비춰주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모두 동일한 접두사를 갖는다. 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돈과 행복은 연관이 없다고 말하면서 왜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면 '잘 사는 사람'이라는 단어를 형용사로 사용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물음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꼭 경제력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최우선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고 그 행복의 조건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중요도가 메겨진다. 아마 금전적인 자유, 건강, 인간관계 등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외부적인 환경을 최적화하면서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할 것이다. 일례로, 절에서 사는 스님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분도 있지만 ) 하지만 그 스님은 '잘 산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세상과는 단절된 삶에서 소소한 행복과 평화 아래 있는 농부 역시 '잘 산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 어때?라는 질문에 '잘 산다'와 '못 산다'라는 말은 오직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판단을 내리는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집이 잘 산다'는 단어는 99%의 확률로 경제적인 관점이다.


경제력이 좋은 사람들에 대한 수식어로 지속적으로 '잘 산다'라고 붙인다면 우리의 사고는 '잘 사는 법' = '경제력'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단어가 그런 것이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하지만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대부분이다.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에서 시작되는 언어적 상대성에 관한 연구는,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가? 와 절대적이진 않지만 영향을 미친다.로 나뉠 뿐이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가 영향을 미친다면, 무의식적으로 잘 사는 법 = 경제력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결국 '돈'을 외치는 이유가 머릿속에 그 명제가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영어로만 번역을 해도 well being 이 의미하는 바가 꼭 경제력에 국한되어있지는 않다. 따라서 적어도 '잘 산다'라는 단어는 다른 상황에서 사용할 때 더 아름다운 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잘'은 사실 너무도 다양한 방법이 있어서 오직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자일지도 모르는데, '돈'이라는 글자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지금도 돈은 없어도, 잘 살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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