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낙화
벚꽃이 떨어져 있다. 고개를 들어야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벚꽃이 땅에도 수놓아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다 떨어지는 벚꽃 잎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꽃자국은 자전거도로의 빨간색과 은근히 잘 어울렸다. 피어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줄 알았더니, 하늘과 땅 모두에 피어난 벚꽃이 벚꽃의 계절을 실감 나게 만든다.
벚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는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칠맛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게 분명했던 날씨는 저번주 내내 오락가락했다. 삼한사온은 겨울에 쓰는 단어인데, 이번 봄과 겨울 사이에 가장 적절한 단어였음이 분명하다. 그만큼 겨울이 길어졌나 싶지만 또 거의 20도까지 올라가는 낮의 기온과 주말마다 내리는 비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혼란스러움 그 자체여 싸. 이런 날씨 탓일까, 벚꽃이 피어나려나 싶으면 차가운 바람이 들어가라며 벚꽃의 꽃봉오리를 눌러버렸고 생각보다 더 늦게 벚꽃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벚꽃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그치자마자 만개하여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끽했다. 비가 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강력한 벚꽃은 떨어지기보다 물을 머금어 한층 더 밝게 빛났고 더 많은 벚꽃을 이끌어내었다. 벚꽃을 맞이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봄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만끽하는 피크닉을 하고 연차를 쓰고 꽃놀이를 간다. 그리 오랫동안 피어있지는 않지만 그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경험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꽃자국은 꽃이 핀 것이 끝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꽃잎보다, 가끔은 떨어진 꽃잎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지만 자칫 낙화는 수명이 다해 더 이상 볼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꽃자국들은 떨어졌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사한다고 말하고 있다. 설령 떨어져도 괜찮다고, 꽃이 남긴 흔적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흔적이 기억되고 내년에 또 피어날 새로운 꽃을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 동안 볼 수 있기 때문에, 찰나의 화려한 순간이 졌더라도 또 다른 순간들을 기대하며 버텨낼 수 있게 된다.
주말에 비가 올 예정이다.
더 많은 꽃들이 떨어져 바닥을 아름답게 만들 예정이다. 한 번쯤 그 바닥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