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DA Oct 12. 2021

우울감, 내가 쟤보다 못하다니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이댔다

  우리는 학교에 다니면서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배웠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자괴감을 느끼는 것 모두 나쁜 행동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를 비교대상과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 거래처 부장과 미팅을 하면서 그런 상황과 마주했다. 


  "아니, 최 과장이랑 일할 때는 이런 문제 없이 편했는데... 업무인계가 잘 안된 건가? 이러면 곤란한데~"


  누가 들어도 명백히 전임자와 나를 비교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내가 오늘 미팅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한편으로는 변명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감을 느꼈다. 아침 11시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그러다 이건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그 우울감의 정체와 직면하기로 했다.


  전임자와의 비교성 멘트가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조건으로 첫째, 나는 전임자보다 실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둘째, 나는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셋째, 거래처 부장은 내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넷째, 거래처 부장의 말은 사실이다. 다섯째, 거래처 부장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이 모든 조건들이 참인지 역으로 살펴보자.


  첫째, 나는 전임자보다 실력이 좋다는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인가. 내가 가진 자만심은 아닐까? 분명 전임자가 나보다 잘할 수도 있는 건 사실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이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훌륭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자만심으로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방법이기에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둘째, 나는 매 순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한 거래처 부장의 방법은 저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지적과 충고라면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내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셋째, 거래처 부장은 일만 끝나면 안 보고 살 모르는 아저씨다. 우리 엄마도 나를 엄친딸과 비교하지 않는데, 하물며 내 인생에 털끝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거래서 부장이라는 분께서 생각 없이 떠들어대셨다고 해서 내 마음에 새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넷째, 거래처 부장의 말은 사실이라기보다는 나를 회유하기 위해 그 발언을 했다. 나는 원칙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일하려다 보니 가끔은 업무에 다소 경직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반면 전임자는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배이다 보니 원칙보다는 유연한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내가 보기에는 주먹구구식이었는데, 거래처 부장은 그 방법이 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전임자와의 비교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나를 회유하려는 것뿐이다. 발끈하며 넘어가면 나는 그 사람의 목적을 달성해준 셈이 될 것이므로, 신경 쓸 것 없다.


  다섯째, 거래처 부장은 나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 사람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생각이 좀 부족하고 안정되지 못한 사람이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싶어 하는 유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신경 쓸 것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개중에도 가장 저급한 방법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방법이며, 하물며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돈 많이 벌어오는 친구 남편과 비교하지 말고, 요리 잘하는 친구 아내와 비교하지 말며, 좋은 집과 차를 가진 친구 엄빠와 비교하지 말지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 집중하자. 친구 남편이 얼마를 버는지 궁금해하지 말고, 우리 집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 계산해보자. 요리 잘하는 친구 아내를 부러워하지 말고, 오늘은 무슨 신기한 요리로 아내를 놀라게 해 줄까 고민해보자. 좋은 집과 차를 가진 친구 엄빠를 부러워하지 말고, 좋은 자식이 되어보자.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곧 자괴감과 우울감에 사로잡힐 테니.


  이렇게 다섯 가지나 이유를 찾아가며 우울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니, 오늘 찐으로 우울하긴 했나 보다. 그렇지만 우울감을 느낀 순간 브런치에 글을 쓸 소재가 생겼다는 사실에 내심 만족스러우면서, 그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는 나 자신이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나의 하루에 안도를 주는 브런치에게 감사하다. 이러니 내가 계속 우울할 수 있겠어?


  오랜만에 격 떨어지는 사람과 만나느라 고생했어, 오늘도. 나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에게 더 잘하자.



-------------------------------------------------------------------


  정신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울한 상태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분 저하와 함께 생각의 내용이 우울해지며 생각의 속도도 느려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고 식욕, 성욕, 수면이 감소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수면 과다나 식욕증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출처]우울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  



시간관리


직장인


스트레스



 댓글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감, 난 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