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DA Feb 09. 2023

우울감, 그가 나를 좋아할 확률

서로 좋아하는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아

중학생 때부터 이성친구를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신기했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가 있지? 나는 주로 짝사랑을 했기 때문에 감히 알 수 없는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고 첫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 기분을 조금은 이해했다.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관계는 축복받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상호 호감은 비단 이성관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건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관계는 쉽지 않다. 


내가 100을 줬는데 그 사람은 50을 돌려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점점 서운한 감정이 쌓이고, 특히나 사회생활에서는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승진 시즌을 맞아 육아휴직 중인 나는 오랜만에 동기들에게 연락을 했다. 두 명의 동기가 승진을 해서 기쁜 마음으로 축하 연락을 남겼는데, 한 명에게는 회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부친상에 참석하지 못했었다. 코로나 시기에 임신 중이었고, 유산방지주사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으며, 혼자서 운전을 해서 먼 지방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뱃속의 아이를 택한 것이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고, 나 또한 미안한 마음에 괜히 위축되어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사실 동기들 중에 내가 가장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이며(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를 제일 많이 챙기고 아껴주던 사람이라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글이 전해질 리가 없지만 이렇게라도 긴 글로 그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참는다. 내가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는데 또 나를 용서하라고 강요할 순 없기에.


아기 문화센터에서 받은 커피콩. 향기가 너무 좋아 힐링이다.


그에게 용서를 구할 순 없지만 내 마음을 위로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나는 퇴사했지만 간간히 연락하고 지내던 또 다른 사람에게 연락했다. 퇴사 후에도 매년 내 생일마다 케이크 쿠폰을 보내주던 그에게 이번에는 내가 소고기 쿠폰을 보냈다!!! 매년 받기만 하다 처음 챙기는 그의 생일이라 큰맘 먹고 결제.


그는 지금 다른 지역에서 자기 사업을 시작해 바쁜 중인데, 그럼에도 내게 아기를 데리고 놀러 오면 풀코스로 모시겠다며 내게 큰 호의를 보내줬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 잘 찾아보면 아주 많다. 어리석게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 또한 얻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고,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옛 청춘들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더 많이 사랑해 줄게, 내 사랑하는 사람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감, 내가 쟤보다 못하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