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야만 부지런하고 갓생을 사는건 아니다.
한동안 '갓생','새벽형 인간','미라클모닝' 이라는 주제들로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꽉차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언론에서도 아침형 인간을 강조하고, 미라클모닝을 하는 것이 내 삶을 성실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기준으로 잡았었다.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신드롬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그 목적이 성공보다는 자기계발에 맞추어져 있다. 사소한 계획을 수립하고 달성함으로써 성취감과 자기주도적인 삶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생활의 습관을 고치고 자신을 다잡는 행위가 현대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한다.
MBTI 유형검사를 하면 나는 INFJ형의 인간으로 계획세우기를 좋아하고 강하게 실천하는 J의 기질이 강한 사람중 하나다. 이런 내가 '미라클 모닝'이라는것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고작 한 시간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효율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맞는 생활패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 즉시 나는 바로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읽어보고 그 다음날부터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첫째날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두근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잠들려고 하다보니 잠이 도통 오지 않았다. 뭐든지 첫날은 의욕이 넘치기 때문에 평소 기상시간보다 한시간 먼저 일어나 신문도 보고, 책도 읽고, 운동도 했다. 하지만 고비는 점심시간 이후의 시간부터였다. 안하던 짓을 해서인지 눈꺼풀이 자꾸 감기는 것이었다. 일을 할 때도 멍때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에 안하던 잦은 실수들이 생겼다. 그리고 꾸준히 한달간 실천해온 결과 나의 생활패턴이 미라클모닝,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 이후로 피로가 쌓이고, 잦은 실수로 나의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돌이켜 본 결과 나의 생활패턴은 올빼미형의 가까웠다. 오전에는 맥을 못 추리고, 오후가 되면 활력이 도는게 나의 생활패턴이었다. 수면시간도 빠르면 12시에 잠이드는 퇴근 후 저녁에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게 맞는 스타일이었다. 그걸 알게 된 후로 저녁시간을 어떻게 써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뭐든지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며 저녁을 보내자고 마음을 먹었다. 자기계발도 좋지만 오롯이 얼마나 잘 쉴 수 있는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었다.
블로그나 브런치활동 등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것도 나의 오롯한 휴식 중 하나였다. 아침에 바빠서 못봤던 저녁뉴스도 챙겨보고 신문기사도 읽는 시간을 가졌다. 더 시간이 남는다면 책을 읽기도 했다. 별것 아니지만 이 정도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생활은 더 많이 풍부해졌다. 아침잠을 조금 더 챙겨자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많이 달라졌다. 오전의 피곤함이 가시니 일상생활의 잦은 실수가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이 다치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좋은것이 아니라 나의 맞는 패턴을 찾는것만이 가장 중요한 미라클 라이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과 신발을 신으면 생채기가나듯 나의 한달간의 마리클모닝은 일상생활의 잦은 실수들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갈등을 야기했었다. 하지만 내가 올빼미형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생활하니 모든 것들이 해결되기 시작하였다. 이번 경험으로 느낀것은 내 자신을 잘 챙겨야 다른이와의 관계에도 상처를 덜 받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을 따라하지 말라. 이게 이번 경험에서 겪은 결론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