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보자 상처 1. 아무도 믿을 수 없어

공포의 말. 말. 말 - 나는 원래 긍정소녀였다.

by jin

내 브런치 글이 이렇게 무거워질 줄 몰랐다.

생각이 너무 많아 하루에도 주르륵 글처럼 흘러가는

생각들을 잡아두려 시작했는데

발목부상으로 햇빛도 잘 못 보고 두 달 동안 운동도 전혀 하지 못했더니

신체와 함께 뇌도 멈춘 듯하다.

혈관성 치매가 이런 방식으로 오는 건가?


"쩰뚝대며 걸으려면 걸었겠지! 게으르다 여인아!"


다시 운동을 시작해 보면 알게 되겠지?

몸이 움직이면 뇌도움직일지.


여하튼 지난 4월 초에 다쳐서 봄을 마디점프 하고 여름이 와버린 느낌이다.

봄. 내가 좋아하는 봄..

봄을 도둑맞다니 이번 연도 2분기는 손해가 크다!

학력고백['나는 고졸입니다']로 브런치 글을 시작해서일까..? 자꾸 고해성사 쪽으로 글이 써진다...



나는

걱정 근심 없는 초 긍정소녀였다.

가끔 친구들이

"고민 있어.." 또는 "걱정돼 "라고 말하면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이겠지? 하고 생각됐고,

친구와 대판 싸우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하굣길에 잊지 말자! 싸웠다! 잊지 말자! 다짐해도

다음날 복도에서 친구를 마주치면 주책맞게 손까지

흔들며 인사했던 것이다.


쌩~~!! 하고 흘기며 지나가는 친구를 보며 매번

아차차!!!! 또 잊었네! 했다.


한마디로 나는 지나간 부정 따윈 머무를 수 없는

현존 스킬 만렙의 긍정 소녀였다.


그렇게 걱정 근심 없는 소녀였던 나는

초6학년때 태어날 때부터 친구였던 가장 의지하고 믿었던

친구와의 일 이후로 180도 바뀌었다.


별거 중이었던 엄마를 대신해 숙모가 우리 남매를

종종 봐주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는 꽤 길었는데, 숙모를 잘 따르던 동생과는 달리 나는 사실

지나친 간섭과 종종 독살 맞게 까지 느껴지는 숙모의 날카로운 말들이 가슴에 깊이 박혀 허물없이 따를 순 없었다.

그런 척했을 뿐,

불편한 마음이 들 때면 어떤 감정이든 꼭 수치심이 같이 따라붙었다.

쓰리고 아팠다.


그냥 놔둬줬으면 했다.

초3 때부터 도시락도 스스로 싸가던 나는 그냥 숙모가 보살핌도 주지 말고

상처도 주지 않았으면 했다.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던 때도 많았다.


아마도 숙모는 조숙한 나를 어른으로 대했던

하다.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그대로 순응하지 않고 입바른 소릴 해대며,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하는 내가

때로는 밉고 어려운 아이였을 것이다.


숙모와의 관계는 여느 집과 달리 조금 독특했는데,

엄마의 지인으로 시작해 이모였던 호칭이 삼촌과의 결혼으로 숙모로 바뀌었을 뿐이지,

사실 관계는 숙모라기보다는 이모에 훨씬 더 가까웠다.


그래서 더 많이 간섭하고 더 많이 부딪혔을지 모르겠다.


사실 숙모와의 일화를 쓰자면 너무 많고도 복잡하다. 사실 뜨악하는 소재거리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숙모도 살아온 인생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지금은 알기에

흘려보내고 묻어두려 한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부재에 숙모가 껴있었으므로 어쩌면 그 예민하고 어려운 아이의 사춘기 시절

엄마가 있었다면

지금의 나,

엄마와 이렇게 사이가 좋을 없었겠지.


어쩌면 엄마몫의 원망까지

숙모가 좀 더 가져갔겠단 생각도 가끔 든다.


그렇다 한들

40이 넘은 지금 생각해도 숙모가 힘든 사람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한 동네서 나고 자라 기억도 없는 아가 때부터

친구였던 그녀에게 나는 이런 힘든 점을

거름말없이 자주 하소연했다.


엄마에게 털어놓으면 또 숙모가 나를 책망할 것

같아 두려웠고(실제로 그런 적도 있었다)

나로서는 친구인 그녀가 나에게 가장 안전한

대나무 숲처럼 느껴졌다.


그땐 몰랐다.

대나무 숲에 털어놓은 말은

바람이 불면 속절없이 퍼져나간 다는 것을


친구는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는 지금 생각해도 참 독특한

분이었는데


그녀의 엄마가

내가 그녀(친구)에게 필터 없이 하소연했던

이야기들을 나의 숙모에게 전한 것이다.


아마 '애들 그렇게 보살필 필요 없다'는 선 넘은 충고 거나, 그도 아님 그냥 가십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그녀의 엄마에게 받은 억울하고 기막힌 일들도 많았는데


마을 어귀에 있는 장승처럼 부모의 보살핌과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든 엄마들의 레이더에 잡히고,

그건 나도 예외 대상이 아니었다.


영리한 그녀가 영악하게 거짓말을 한 건지

자식을 보호하고자 잘못된 모성애가 발휘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일들은 어른으로서

하면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이었다.


아... 떠오르니 정신이 아득하고 울렁거린다..


영리한 그녀의 엄마에게 당했던

묻어뒀던 일화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어지럽고 힘들다...


그렇게 그녀의 엄마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은 숙모에게 사실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고.. 그 순간부터 온갖 강박증들이 시작됐다 그때가 13살.. 초등6학년 때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언제가 했던 행동들이 나를 공격할 거라는 불신과 불안에 괴로웠고 아주 작은 일들도 내 탓이 될까 봐 하루 종일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다


몸과 정신이 재배치되는 예민한 사춘기 시작 무렵에 믿었던 친구로부터 시작된 그 사건은 다시 태어나는 수준으로 내 자아를 바꿔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 완전한 성인이 한참 지난 마흔이 넘어서까지 내 인생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


어지럽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다... 2편을 꼭 찾아 주시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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